PC 사업을 포기한 HP(휴렛패커드). 구글에 인수되는 모토롤라... 세계 IT 업계에서 '하드웨어'가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시대의 종언과 소프트웨어 시대, 서비스 시대의 개막. 자신의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의 성공 이후 어느 정도 예상들은 하고 있었지만, 연이어 전해지고 있는 HP와 모토롤라 관련 빅뉴스들은 사실 '충격'입니다.
HP가 어떤 기업입니까. 1939년 스탠포드대 출신인 데이비드 패커드와 빌 휴렛이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는 조그마한 차고에서 만든 '실리콘 밸리 벤처 1호'. 이 유서 깊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가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업에서 손을 떼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선언한 겁니다.
무선전화를 세계최초로 만든 모토롤라는 또 어떻습니까. 1990년대초 한국에서 '초고가 명품 휴대폰'의 대명사였지요. 그 IT의 '명가'들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핀란드 경제를 먹여살린다는 노키아 역시 휘청이면서 MS(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IT업계의 '파워 시프트'는 애플이 촉발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즈에 이어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를 내놓으며서 거대한 마켓 플레이스, 자신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외주로 만드는 멋진 디바이스들을 통해 음악업계, 휴대폰 업계, 태블릿 PC업계를 차례로 석권하며 각 산업의 대표 기업들을 휘청이게 만들었지요.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굴지의 '하드웨어 기업들'이 애플발 충격으로 고민에 빠진 글로벌 IT시장의 요동. 그 속에서 검색과 인터넷으로 성장한 구글은 모토롤라 인수로 제조분야에까지 뛰어들었습니다.
휴대폰과 태블릿 PC에서 시작된 하드웨어의 수모와 소프트웨어-서비스 혁명은 이제 클라우드와 결합하며 더욱 요동칠 겁니다. 이미 우리 곁으로 클라우드 혁명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클라우드는 그 자체가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가 강조되는 개념입니다. 기업이건 개인이건 "'골치아픈' 하드웨어는 잘 모르겠고 서비스만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 클라우드 시대의 생각입니다. 당연히 하드웨어 기기의 성능보다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해왔다. 몇 년에 한번씩 새로 나온 고사양의 PC를 구매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관리하며 사용했다. 기업도 고가의 서버를 구매해 IDC나 자체 공간에 '모셔놓고' 서비스를 했다. 하지만 이제 고가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쓴 만큼만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서버나 PC도 사용되기는 할 것이다. 과거 장롱예금을 위해 금고(PC나 서버)를 각자 구매해 사용해오다 은행(클라우드)이 등장하면서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정 부분 현금을 보관할 필요도 있으니까." (7p)
위에서 소개해드린 책에서 제가 쓴 '감수의 글' 일부입니다.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어떻게 떨어질지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소프트웨어-서비스 시대의 개막과 클라우드 혁명을 맞이해 애플과 구글로 양분되어 가는 글로벌 IT업계. 여기에 'PC시대 소프트웨어의 절대강자' MS가 반격을 준비하는 '삼국지'의 양상이지요. 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경쟁을 벌일지, 또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새로운 시대에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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