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리더들과 전문가들이 한국경제를 ‘중증(重症) 환자’에 비유해 잇따라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1년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내수침체와 성장 잠재력 저하로 선진국 문턱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한국경제를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우울증 환자’로,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조로증(早老症) 환자’로 표현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26일 제주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고, 일은 덜 하고 욕구만 분출하는 사회풍토”를 ‘경제체질의 노화(老化)와 산성화(酸性化)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제 우리 국민은 견실한 안정성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독일처럼 장기적 저성장으로 갈 지 선택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윤영신, 나지홍의 '한국경제는 '질병 백화점''중에서 (조선일보, 2004.7.27)
|
재정경제부 장관이 겸직하고 있는 경제부총리. 그리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총재.
이 두 사람은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정부 부문의 '조타수'입니다.
제가 경제기자 시절, 직접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을 출입해보며 느낀 것이지만, 이 두 자리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는 '경제의 핵심'입니다.
이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경제를 환자에 비유하며 우울한 표현을 내놓았습니다.
'우울증 환자'와 '조로증 환자'.
이헌재 부총리는 며칠전 한 강연회에서 “한국경제의 상태를 환자에 비유한다면 병 가운데 가장 고치기 힘든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승 한은 총재도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고, 일은 덜 하고 욕구만 분출하는 사회풍토를 ‘경제체질의 노화(老化)와 산성화(酸性化) 현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경제 수장들이 한국경제를‘중증 합병증 환자’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경제가 쉽지 않은 국면에 빠져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10년 뒤에는 한국경제가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아가야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업가는 기업가대로 기업을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의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쇠잔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 개개인들도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이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낙관 보다는 비관이 많은, 그런 시점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이렇게 비관적인 표현을 써가며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아직 한국경제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소리도 없이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니까요.
상황이 어려우면 개인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숨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구조적으로,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소용 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누구나 그러기 쉬운, 사람이 갖는 심리적인 경향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은 편합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미래는 없습니다.
한국경제의 흐름을 냉철히 주시하면서, 개인적으로 그 상황에 맞는 준비를 해나가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리라 각오를 다지고, 이 시점에서 내게 필요한 것이 영어 공부인지, 중국어 공부인지,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인지 고민한뒤 실천하는 것 등등.
고민해 보면, 할 일은 많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야 개인에게도 나라경제에도 미래가 있습니다.
▶ 예병일의 경제노트 - 트위터 : @yehbyungil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yehbyung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