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세계의 5대 전통 건강식의 반열에 올랐다.
외국 사람들은 김치 맛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해서 김치 맛이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한국인이라면 김치만 따로 먹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드시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다.
그러기 때문에 무엇과 어울리느냐로 그때그때의 김치 맛은 달라진다.
밥과 먹을 때 다르고 국과 먹을 떄 다르다.
혹은 느끼한 고기와 함께 먹을 때 맛과 술 안주로 먹을 때의 그 맛이 다르다.
김치 맛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음식과 함께 어울리는 맛이라고 정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김치는 어떤 음식과 먹어도 잘 맞는다.
한국 음식만이 아니라 중국 음식,서양 음식,심지어 담백하다는 일본 음식하고도 김치는 잘 어울린다.
김치 맛은 조화의 선율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독주가 아니라 반주다.
그리고 모든 음식의 하모니가 자아내는 미각의 교향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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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다른 음식과 어울릴 수 있는 특성을 지닌 것은 그 자체가 구운 것도 날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중간인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날 것에도 맞고 구운 것에도 맞는 융합성이 있다.
또한 김치는 고체와 액체의 양면성을 다 함께 지니고 있다.
같은 배추로 만든 것이라 해도 일본의 오싱코나 단무지에는 국물이 없다.
그것은 완전한 고체의 건조식이다.
그러나 김치에는 국물이 있고 그 국물이 있을 때 비로소 제 맛이 난다.
맛 역시 맵고,짜고,시다(그렇다. 김치는 시어야 제 맛이 난다.)
또한 싱싱한 배투의 단맛과 각김치의 경우처럼 쓴맛까지 포함되어 있다.
오미(五味)를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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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도 그렇다.김치의 색깔을 언듯 보면 붉은 듯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추 줄기의 힌 빛과 이파리의 부른 빛 그리고 고갱이 부분의 노란 빛을 기조로 하여 고춧가루의 붉은 빛을 바탕으로 오반색을 모두 갖추고 있다.
김치가 한국의 음식을 대표하는 이유는 이렇게 조화와 융합을 특성으로 하고 있어 맛이나 색깔,형태가 모두 작은 우주와도 같이 다양하게 변화,생성해가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한국의 음식은 어느 하나를 놓고 보아도 이와 같은 김치 패러다임으로 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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