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집이라고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
바깥에서 보면 평온한 가족으로 보여도 다들 이래저래 사연을 안고 있는 법이야" ---- Page 137
"치매 노인을 집에서 돌봐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득하네.
나도 남의 일이 아니야. 언젠가는 어머니를 돌봐드려야 할테니."
"많은 사람이 안고 있는 고민이지.
국가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니 각자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 ---- Page 139
"엄마가 요즘 화장하는 데 관심이 있나봐. 하긴 다 큰 여자들이 하는 그런 화장말고,
그저 어린애가 엄마 흉내를 내면서 루주로 장난치고 그러지? 그런 거하고 똑같아."
"어머니가 그런 장난을 해?"
.....
"응, 어머니 얘기야" 아키오는 하루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해주었다.
"그런 못된 짓을 했어? 나는 전혀 몰랐네."
못된 짓, 이라는 말이 아키오의 귀에 거슬렸다. ---- page 150
눈에 보이는 최초의 이변은, 저녁 식사 때에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식탁에 앉은 아키오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어머님은 자기 방에서 드실 거래."
그의 물음에 아에코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왜?라고 되물었지만, 글쎄, 나도 몰라, 라며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날 이래, 어머니가 식구들과 함께 식탁에 마주앉는 일은 없어졌다. ---- page 152
"듣고 있어" 아키오는 부루퉁하게 내뱉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는 아내에게 퍽 거칠고 단호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이런 일은 결혼 이후로 처음인지도 모른다.
아내가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맡기도 기대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터였다. ....." ---- page 202
"부모가 하는 말은 믿을 만한 게 못 돼.
아이들이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운 법이거든.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찾아냈을 때는 특히 더 그렇지. ....." ----- Page 210
낡은 서랍장 하나와 작은 불단이 있을 뿐인 살풍경한 방이었다.
전에는 경대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가구들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뒤로
아에코가 하나둘 처분해버렸다.
어머니가 없어지면 그 방을 부부방으로 쓰고 싶다고 그녀는 전부터 말해왔었다. ---- Page 216
그래 잘한 거야.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어...... 아키오는 다시금 되뇌었다.
참으로 끔찍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건 물론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서라지만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살인자로 몰아붙이다니. --- Page 231
마쓰미야는 병실을 나왔다.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실감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슬프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중요한 한 시기가 끝을 고했다는 마음만은 들었다. ---- Page 281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건, 노인에게도, 아니, 노인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거야 ---- Page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