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매일경제신문의 경제월간지 '럭스멘' 2월호에 실린 제 컬럼입니다.)
‘상시접속 시대’는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를, 그리고 우리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시접속 시대는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까, 멍청하게 만들까? 더 행복하게 만들까, 불행하게 만들까? 이 시대에 지식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앱스토어 모델은 비지니스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애플과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수직적 폐쇄적 사업모델이 수평적 아웃소싱 사업모델에 대해 계속 경쟁우위를 유지할까?
최근 CNN은 영화 ‘터미네이터’ 속 한 장면처럼 눈앞에 정보를 띄워 주는 미래형 콘택트렌즈의 개발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눈에 착용한 렌즈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이메일을 읽고 게임과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으며 혈당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콘택트렌즈라는 ‘착용식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상시접속 시대’. 현실세계와 디지털-사이버 세계가 결합하고, 모바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에 힘입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시대. 개인과 사회라는 두 차원 모두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변화의 시작’이다.
우리에게 상시접속 시대의 문을 열어준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은 이제 휴대폰 시장을 넘어서 비지니스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스크린’을 가진 모든 하드웨어가 그 대상이다. 우리는 앞으로 자동차, TV, 안경 등 다양한 곳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스크린을 갖게 된다. 인터넷은 이 기기들을 한데 묶어서 정보를 교류시킬 것이다.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 풍부한 교육 콘텐츠를 접하게 되고, 의사와 경찰들은 필요한 정보와 도구 모두를 스마트 기기에 담아 활용하게 되며, 개개인 또한 실시간으로 원하는 내용을 세상에 퍼뜨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59p)
상시접속 세상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 업무 스타일, 학습 등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의료, 교육, 치안, 미디어, 유통, 비즈니스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지식에 대한 개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알고 있는 정보의 양보다는 수많은 정보의 질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물론 상시접속 사회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도 중요하다. 상시접속과 스마트폰, SNS에 ‘중독’되어 시간을 잃어버리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보 과부하로 집중력과 사고력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보인다.
프라이버시가 사실상 사라지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경찰이 수사권한을 남용할 경우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이 담긴 스마트폰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시키는 일이다. 내가 한 순간의 실수로 한 말이나 행동이 영원히 사이버 세상에 남아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애플과 같은 몇몇 기업들의 ‘통제’를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이미 상시접속이라는 혜택의 대가로 프라이버시와 통제권 그리고 약간의 자유를 넘기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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