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외신에 '그리스 문제'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언론에는 '그리스 구제협상 지연으로 디폴트 초읽기' 등 긴박한 제목들도 있었고, '그리스, 긴축 논의 연기했지만 협상 타결 낙관론' 같은 낙관론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그리스는 지금 '벼랑끝'에 몰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다음달 20일에 145억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이번 2차 구제금융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우리에게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 고대 유적의 나라로 각인되어 있는 그리스. 하지만 이번 유럽 재정위기를 통해 드러난 그리스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노트 가족들이 그리스를 좀더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저자가 묘사한 그리스의 모습을 위에 소개해드렸습니다만, 공공부문, 공립학교 제도, 연금, 공공의료제도 등 저자가 이야기해준 그리스의 현실은 무책임, 낭비, 비효율 등의 단어로도 표현이 안될 정도라는 생각입니다.
2009년 10월 파파콘스탄티누가 재무장관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도 기가 막힙니다. 당시 그리스 정부는 2009년도 예산적자를 3.7퍼센트로 추산했다고 합니다. 2주일 뒤 그 수치는 상향 수정돼 12.5퍼센트가 되었고 실제로는 거의 1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자가 설명한 그 경위는 이랬습니다. 파파콘스탄티누가 재무장관에 취임한 지 이틀째 되는 날, 그는 예산을 살펴보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믿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누락 부분을 찾아냈지요. 예컨대 매년 10억 달러에 이르는 연금부채가 정부 장부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지급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른체한 것이었습니다. 신임 재무장관은 매일 일과가 끝날 때 "좋습니다, 여러분. 이게 전부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회의실 뒤쪽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사실은요, 장관님. 1억에서 2억 유로가 또 누락되어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이 일주일간 계속되었습니다.
장부에 기재하지도 않은, 가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 들어간 엄청난 예산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파파콘스탄티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농무부는 공유지 사진들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부서를 만들어 270명을 고용했습니다. 물론 장부에는 기재하지 않았죠. 문제는 그 270명 중 누구도 디지털 사진에 관한 경험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실제 직업은 미용사였지요." 회의 마지막날 대략 70억 유로로 예상했던 적자가 사실상 300억 유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모든 누락된 부분을 계산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파파콘스탄티누 당시 장관은 모든 유럽국가 재무장관이 모이는 월례회의에 참석해 사실대로 털어놓았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그 수치를 말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헉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두들 웅성거렸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찬란한 인류의 문화유적이 아니라, 경제의 '골치 덩어리'로 세계의 주목 받고 있는 그리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반면교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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