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탄식어린 목소리가 들릴 때면 으레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은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생활이 안정되려면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심각하다. 더욱이 일자리의 지역별 편차는 더 크게 일어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활동을 보면 눈물겨울 정도다.
그나마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경우는 다행이다. 만약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을 유치할 경우에는 표면적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듯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경제순환시스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이런 기업은 지역자본을 빨아들여 본사로 보내는 깔때기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도 단위별 생산, 소비, 물가 등 기초통계를 바탕으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종합경제지표인 지역내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을 살펴보면 2010년 기준으로 16개 시·도의 지역내총생산은 1173조 원이다. 그중 서울(272조 원), 경기(232조 원), 인천(57조 원)등 수도권이 전체 GRDP의 47.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2분의 1정도가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
사실 지역내총생산에 나타나는 계수는 단순히 그 지역에서 발생한 소득의 집계다. 가령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지방에서 근무할 경우에 그가 일하는 직장에서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은 서울이 아닌 근무하는 지역의 지역총생산으로 계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 돈을 머물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각종 지원과 혜택에도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냉정히 떠나는 기업들만 탓하고 있을 순 없다. 기업은 이윤이 나지 않으면 떠난다. 그것이 기업의 생리다.
경제적인 이윤보다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은 없을까? 외환위기 이후 시장과 정부 실패의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다.
사회적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사회적 경제 조직 중 하나인 협동조합은 시장변동에 안정적 서비스제공뿐만 아니라 조직구성원의 감원조치 없이 고용을 유지했다.
이러한 맥락은 유엔(UN)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경제의 핵심은 '자본중심' 경제가 아니라 '인간중심' 경제다. 그런 까닭에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몸담고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지역자본은 지역에서 순환되어야 한다. 이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지역경제의 선순환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스스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참여와 연대, 호혜와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역민의 공감대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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