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다.
‘자신은 어떠한 지적(知的)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현실적인 사람도 실은 이미 사망한 어떤 경제학자의 정신적 노예에 불과하다’는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시장경제체제와 사상에 구속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시대의 비전인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를 이겼다. 그런데 그 승리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소득불균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다. ‘춥지 않는 자는 추운 자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라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1년 우리나라 빈곤율은 총인구의 16.5%로 6가구 중 한 가구는 빈곤층이다. 이는 빈곤율 8%를 보였던 1990년대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빈곤층이 늘어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의 분배구조가 악화되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새로운 경제체제, 즉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강자의 시장지배를 견제하고 소외계층 등의 경제력 육성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그런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협동조합주의가 시장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으로 등장한 사실은 환영할 만하다. 사실 협동조합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미 우리사회전반에 협동조합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대략 4,100개 협동조합과 2,500만명의 조합원이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조합들의 자산 총액이 약 378조원으로 2011년 국가예산액의 1.7배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인식에 협동조합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협동조합을 하나의 ‘경제체제’라는 개념이 아니라 단순히 ‘사회조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12월 1일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었다. 이제 5인 이상이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물가상승을 막고,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서 지역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으로 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경제체제로써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협동조합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이다. 협동조합기본법제정 이후 과거보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교육이 많아진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새로운 사업방식을 찾는 일반인이나 도시민중심의 교육이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1조(목적)가 표명하는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협동조합교육을 받아야하는 사회계층이 있다. 바로 혼자서 자생할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이다. 이들은 기본법에서 표명하는 자주·자립·자치적으로 협력하는 조직을 구축하기에 힘든 계층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배제한다면 진정한 사회적 통합은 이룰 수 없다. 특히나 지역사회 재생, 지역주민 권익증진사업, 취약계층의 복지·의료·환경 사회서비스, 일자리 제공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는 필히 이들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 등이 참여될 수 있도록 조합원 개념정립과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협동조합이 제도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본조달’이 중요하다고 캐나다 협동조합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그레그 멕레오드(Greg MacLeod) 교수는 역설한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이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선 각종보조금지원 및 세제혜택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은 엄연히 ‘사회조직’인 동시에 ‘시장경제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제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새로운 비전, 협동조합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써야 할 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