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이유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 들어온 협동조합 설립신고와 사회적협동조합 인가신청건수는 130여건에 이른다. 더욱이 각 지자체는 협동조합 육성조례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바야흐로 협동조합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협동조합설립의 근본정신내지 목적을 왜곡한 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일부 돈을 벌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이유의 정점이 돈벌이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돈을 벌려면 기업경영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보다 수익율면이나 성공율면에서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자본이 자본을 축척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공동체에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협동조합은 ‘사회자본’을 증가시킨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란 이웃들과 상호교류하면서 공동체의 화합, 협조와 연대를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사회자본이 높은 공동체일수록 더욱 건강하고 활력이 있으며, 지역현안 문제 해결에 구성원들의 참여비율과 협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기업그룹의 대형마켓들이 아닌 작은 소점포들이 모여 큰 규모 협동조합을 구성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자본(economic capital)의 관점에서도 지역경제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지역상점이다. 대형마켓이 지역의 돈을 빨아들여 본사나 해외로 보내는 깔때기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상점은 지역자본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는다. 지역에 돈을 머무르게 하고 다시 유통시켜 지역경제를 선순환 시킨다.
둘째, 협동조합은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에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줌으로써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제공자의 관계로 변화시킨다. 금차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 제4장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개념정립과 범위를 확장한다면 이들 사회적 취약계층을 의존적인 복지수혜자의 입장, 즉 ‘일방적 수혜’를 받는 입장에서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 ‘상호호혜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지역공동체 관계 및 의식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셋째, 협동조합은 지역자원을 활용한다. 협동조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에서 보듯이 지역생산물 소비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주민들이 협동조합네트워크를 통해 수입품을 사용하는 대신에 그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과 생산물을 소비한다. 지역생산물 애용운동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협동조합으로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근본정신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영혼이 없는 인간을 가정한 경제학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 영국의 사회사상가 러스킨(John Ruskin)의 ‘정의의 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정의’라는 단어는 한 사람이 타인을 향해 품는 ‘애정’을 내포하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한 동기로 호의를 베풀면, 상대도 호혜적인 행위를 보인다는 얘기다.
우리는 ‘민주’, ‘평등’, ‘배려’, ‘자기책임’, ‘사회책임’, ‘연대’, ‘정직’ 등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그 의미를 협동조합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