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별세한 이규태 <조선일보> 전 논술고문이 평생에 이룩한 기록은 한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은 저널리스트들이 꾸준히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와 경험이 일천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원천과 생명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이 전 고문의 자택 지하실 서재를 물리적 원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20~25평 정도 돼 보이는 지하실 서재는 책과 각종 스크랩, 서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니 도서관’이라는 말이 적당할 듯했다.
“책이 정확하게 몇 권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만2천~1만3천권 정도 될 것 같다”며 “원하는 자료를 모으는 기쁨과 행복으로 한평생을 산 분이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셨다”고 말했다.
'이규태의 지하실에 들어가다' 중에서 (한겨레21, 2006.3.21) |
8391일 동안 6702회가 계속된 신문 고정 칼럼(이규태 코너). '한국인의 의식구조' 등 120여 권의 저서. 얼마전 타계한 언론인 이규태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고, 20년이 넘게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쓴 언론인. 90년대 초 제가 조선일보에 입사했을 때, 신참 기자였던 제게 그는 '자료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컴퓨터가 지금처럼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방대한 자료들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칼럼을 연재하고 '한국인의 의식구조' 같은 의미 있는 책을 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이런 철저한 자료관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의 서재였다는 생각입니다.
20여평쯤 되는 그의 지하실 서재는 책으로 가득찬 책장과 글을 쓰는 책상, 그리고 소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만권이 넘는 책으로 둘러싸인 '미니 도서관' 같은 이 공간에서 그는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쓴 것이겠지요. 그는 월급의 3분의 1을 책을 사는 데 쓴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조그마한 '골방'으로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나만의 생각공간'을 만들고 매일 한 두시간 그곳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3분의 1까지는 아니더라도 10% 정도는 책이나 공부하는데 투자하는 것도 좋겠지요.
고 이규태 조선일보 전 논설고문의 지하 서재에 대한 기사를 한겨레21에서 보고 느낀 소감입니다. ▶ 예병일의 경제노트 - 트위터 : @yehbyungil / 페이스북 : www.facebook.com/yehbyun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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