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이다. 화가는 넓은 캔버스에 파이프 하나를 달랑 그렸다. 그리고, 그 밑에 불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을 적어 넣었다. 그게 바로 위의 그림이다.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사람들은 마그리트의 이 그림을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정교하지도 않고, 그렇게 믿을만한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한다. 우리의 삶은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만들고 우리의 삶을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 개인이 사용하는 언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단지 언어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모순적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이 그림은 주는 것 같다.
이 그림은 일종의 자기언급을 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패러독스를 만들고 있다. 자기언급의 패러독스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 문장은 거짓이다> 만약, 이 문장이 참이라면, 이 문장의 말대로 이 문장은 거짓이 된다. 만약, 이 문장이 거짓이라면, 이 문장의 말은 참이 된다. 돌고 도는 패러독스를 만들고 있는 거다. 비슷한 것이 이런 거다.
<세상에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이 법칙이 사실이라면, 이 법칙에도 예외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럼, 예외가 없는 법칙이 있다는 말이고, 이 법칙은 사실이 아닌 것이 되는 거다. 다시 말해서, 이 법칙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는다는 거다.
이러한 패러독스는 일단 재미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게 만든다. 그럼, 지금의 이런 패러독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질문] 자기언급의 패러독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사람들이 찾은 해결법은 메타 언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거다. 메타(meta-)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더불어(with) 또는 뒤에(after)라는 뜻을 갖는다. 그래서, 메타 언어란 하나의 언어를 가진 언어, 또는 하나의 언어 다음에 나오는 언어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어떤 대상 언어가 있고, 그 대상 언어를 언급하는 또 다른 언어를 만드는 거다. 쉽게 생각하면, 한 차원 위의 말이나 객관적인 새로운 말을 의미하는 거다.
예를 들어보면 이런 거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변사가 등장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보자.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하는 이야기가 일반적인 대상 언어라면, 영화 밖에서 영화 속과는 다른 차원에서 변사가 하는 말이 바로 메타 언어인 거다.
메타 언어는 수학자나 철학자들이 앞에서 소개한 자기언급의 패러독스와 같은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했다. 가령,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라는 그 법칙 자체를 그 문장 속에 있는 일반적인 법칙과는 구별되는 한 차원 위의 법칙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이렇게 차원을 구별하는 것이 메타 언어의 개념이고, 자기언급으로 발생하는 패러독스의 해결법인 거다.
메타 언어의 개념은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다. 수학자나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들도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위해서 메타 언어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고, 심리학자들이나 비즈니스에서도 메타 언어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메타 언어를 사용해보자. 어떤 특정 상황에서 사용되는 대상 언어와는 구별되게 대상 언어를 서술할 수 있는 메타 언어를 사용하는 거다. 가장 쉽게 메타 언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지금의 자리에서 한발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하는 거다.
가령, 당신이 누군가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또는 회의를 하고 있거나 논쟁을 벌이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어떤 상황에서는 내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나중에 후회하는 상황에 말려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에는 상황을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대상 언어를 객관적인 메타 언어로 다시 생각해보는 거다. 즉, 내가 하고 있는 말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상황을 보면, 회의나 협상이 일단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을 때에는 일단 스톱을 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한발 떨어진 곳으로 자신을 옮길 필요가 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는 거다.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도 메타 언어의 개념을 생각하면 효과적이다. 상대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은 대상 언어로 볼 수 있다. 정직하게 주고 받은 말이 아니라, 상대의 제스처나 표정, 몸 동작 등 단순한 말이 아닌 모든 것을 우리는 메타 언어로 보면 된다.
다시 말해서, 단순히 상대가 내뱉는 말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눈을 깜박이는 것 같은 몸짓 등 비언어적인 의사전달을 주목하며 숨은 의미를 찾아본다면 나는 의사전달자의 숨은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협상의 최종 승자는 언제나 상대방의 숨겨진 의도를 간파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상 언어보다는 메타 언어를 주목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메타 언어로 내 삶을 기술하는 거다. 쉽게 말해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거다. 나는 그것이 메타 언어를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는가를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거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내 삶의 어디를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내 삶을 대상으로 보면서, 메타 언어도 서술해보는 거다. 우리의 삶을 영화로 생각한다면 내 삶의 영화는 어떻게 상영되고 있는지를 영화 밖으로 나와서 보고,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사람들은 쉽게 자기 모순에 빠진다. 우리도 벌써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기 모순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 A는 어디에 있니? B옆에 있어요> <그럼, B는 어디에 있니? A옆에 있어요>
<나는 열심히 돈을 벌 거에요. 친구를 잃어도, 시간을 잃어도, 인생을 잃어도, 나 자신의 행복까지도 잃어도 일단 무조건 돈을 벌 거에요> <넌 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하니?> <돈만이 나의 행복을 지켜줄 거 같아서요>
자기 모순에 빠지지 말자. 때때로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내 삶을 대상으로 메타 언어를 사용해보자. 마음을 비워야 할 사람은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워야 할 사람은 머리를 비우자. 당신은 이미 자신이 머리를 비워야 하는지 마음을 비워야 하는지를 알고 있을 거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 지금 나는 무엇을 쫓고 있나? 지금 내 삶의 영화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상황 퍼즐] 음악이 멈췄다. 그녀는 그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음악이 멈추는 순간 그녀는 그의 죽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상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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