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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o'clock shadow
입력 2004-07-07 오전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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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있었던 세미나에 갔었다. 광고인들이 모여 광고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하루 종일 세미나를 하고 오후가 되어 티타임을 가졌을 때였다. 옆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던 통통하고 귀여운 미국의 어느 카피라이터가 나한테 불쑥 이렇게 말했다. 내 얼굴을 가리키면서.
Five-o'clock shadow!
응? 얘가 이게 무슨 말이야? 안 그래도 영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고생하는데, 그나마 이 카피라이터가 도와주어서 세미나의 커뮤니케이션을 겨우 하고 있는데, 뜻밖의 말을 한 것이었다. 뭘까? 다섯 시의 그림자라니...내가 뭘까하고 생각하는 걸 눈치챘는지 이 카피라이터가 깔깔 웃으며 자신의 턱을 만지면서 ‘No shadow’라고 했다.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다섯 시의 그림자는 내 얼굴에 돋아난 수염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면도를 했지만 오후가 되면 까칠하게 돋아나는 수염을 보고 다섯 시의 그림자라고 한다는 걸 나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낄낄 웃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골프클럽에서 어느 장관 딸의 호화로운 결혼식을 같이 지켜보던 케냐의 친구가 중얼거렸다. 유리창 밖의 케익이군- 나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말의 ‘그림의 떡’과 너무나 비슷한 표현이 아닌가!
영어에도 이런 비유적 혹은 시적 표현이 많다. 흑백인종을 black and white리고 하는 것보다 ebony and ivory라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알다시피 에보니는 흑단(黑檀)나무고 아이보리는 상아(象牙)다. 이 제목의 노래를 스티비 원더가 부르기도 했다.
영어의 노래나 숙어에서 이런 표현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걸 많이 알아두면 워딩에 도움이 되는 건 틀림없다. 작은 영어사전을 들고 이리 저리 펴보라. 영어 노래가사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라. 뜻밖에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는 걸 느낄 것이다. 물론 우리 국어사전에서 이런 표현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말과 영어의 그런 표현을 메모해 두고 활용하면 워딩에 감칠맛을 더할 수 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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