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digilog
한 신문에 연재된 기사를 몇 번 읽으면서 한 두어번 나오다가 끝나지 않겠나 싶었는데, 연재가 꾀 진행이 되었다. 처음 몇 번의 글을 읽으면서 사회적 현상들을 그렇게 풀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저자의 그간의 활동이나 이력을 본다면 사실 놀랄 일도 아니기는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시각을 내놓을 수 있고, 앞으로의 상황을 진단하여 긍정적인 생각들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신문에 연재된 컬럼이 책으로 엮어서 나오지 않겠나 싶은 생각을 갖기도 했는데, 이번에 마침 그 같은 내용이 재정리되어서 소개가 되었다.
책을 전체적으로 읽어보면서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속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지금보다 더 앞으로 나간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성과 이성의 경계를 지나고 돌아오면서 우리나라 IT산업과 한국인의 특성을 결합하여 이 시대를 진단하고 있는 책이 바로 디지로그(Digilog)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미래산업으로서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과 한국민의 전통적 습관 혹은 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날로그 문화의 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순한 사물에 대해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IT산업의 현재를 짚어볼 수 있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더 들어가서 현 상황을 진단하는 저자의 열정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음식문화와 생활문화를 꺼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IT문화, 즉 디지털 코드 문화와의 결합을 통한 앞으로의 미래상을 내다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러나 디지로그에 대해서 꼭 규정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좋다, 나쁘다, 이렇다 저렇게 될 것이고,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라고 규정하지 않으며, 정의하려 들지 말라고 한다. 다만 음식처럼 씹어먹기를 권할 뿐이다. 책 전반에는 음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있는데 저자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대표문화는 음식, 즉 먹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 문화속의 음식, 쌀, 비빔밥, 떡과 김치 등 바로 우리의 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으로 우리의 말과 삶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화는 또한 우리와 다른 나라와 민족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음식문화는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생활양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퓨전기술은 디지로그 시대의 새로운 문명현상
차가운 디지털 문화 속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심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음식문화를 통해 이야기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앞으로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없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이 정을 어떻게 찾아내고 담을 수 있는 것인가에 있다. 이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며 문제 해결점이기도 한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결여되기 쉬운 정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바로 정보문명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하는데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퓨전기술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결합한 디지로그의 새 문명 현상으로 발전되고, 이 사회를 초기정보사회가 일으킨 IT거품과 부작용이 개선된 후기정보사회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와의 간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혹은 계층간의 다양한 문제와 현상들의 해결책은 다름 아닌 이 둘의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충분히 해결 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디지털 문화 코드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들이 담기면서 우리의 미래는 좀 더 새롭게 활기를 띄며 나아갈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진단하고 있는 저자는, “두고보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립하는 두 세계를 균형 있게 조화시켜 통합하는 한국인의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 갈 날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를 밝게 전망한다. 책 곳곳에서 또한 저자는 우리 민족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 우리 삶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표현들을 예로하여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고 디지털 문화의 스피드와 결합을 통해 ‘행복한 디지로그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어낼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짝(쌍)의 시스템으로 생활해 왔듯이, 짚신이나 젓가락처럼 혼자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전통문화의 자원을 바탕으로 이같은 전환을 이룩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로그, 이 책을 통해 좀 더 큰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전후좌우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뒷부분에서는 책의 본문 중에 소개된 용어들 가운데서 좀 더 다루고자 한 이야기들을 링크 방식으로 풀어간 것이나, 핸드폰으로도 책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도록 컬러짚(Color Zip)을 부착하는 등 디지털 문화의 한 측면을 담고 있기도 하여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각자가 일하는 부분에서의 시각에서 벗어나 길게 그리고 넓게 볼 수 있는 시각과 안목의 확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어긋나는듯하지만 엇박자 같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놀라운 균형감각과 순환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