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체 취업자수의 80~85% 가량을 차지하는 25~54세의 취업률 역시 한국이 74%로 30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낮으며 OECD 평균인 79.1%보다도 5%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80% 전후 수준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 취업자수의 5~10% 가까이를 차지하는 55~64세의 은퇴 직전 연령대의 취업률은 한국이 2007년 기준 60.6%로 OECD 평균인 44.7%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도 한국과 비슷한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상기 취업률과는 반대로 아래 <도표3>에서 실업률을 살펴보면 한국의 실업률은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OECD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취업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인데 반해 실업률은 반대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실업 통계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통계지표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도표3> OECD 실업률 및 노동시간 비교
(주)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불황의 여파로 한국의 실업률도 4%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07년에는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 실업난과 고용 불안을 반영하는 조어가 유행하는 현실이나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이 매우 낮은 한국이 OECD 평균 실업률이 5.6%이고, 프랑스, 독일 등이 8%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3%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신뢰도가 낮은 잘못된 통계로 고용대책 운운한다는 자체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기만술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실업통계를 보면 한국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천국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OECD 평균보다 취업률이 훨씬 낮은 한국이 실업률도 상당히 낮다는 것은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노동가능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를 뺀 것으로 정의된다. 위 <도표3>에서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2.9%로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모두 20% 이내이고 영국, 미국, 독일, 호주 등의 선진국도 25% 이내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폴란드, 멕시코, 헝가리, 터키 등 대체로 구공산권이었던 동유럽국가나 개발도상국들이다.
남녀간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도 큰 편차를 보인다. 한국 남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1.6%로 OECD평균인 18.6%에 비해 약 3%포인트 높지만, 한국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OECD평균인 36.6%보다 7.6%포인트나 높아 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육아나 가사에 종사하는 전업주부 비중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 고용 통계의 문제점은 위 <도표3>에서 전체 실업자 가운데 12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율을 살펴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실업자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실직한 사람들 대부분이 취업의사를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자동 분류되든지 아니면 자영업자나 가족내 고용으로 분류되어 단기간 내에 곧바로 재취업되는 것으로 간주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과 실업률의 모순은 연간 평균노동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2,316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1998년에 비해 주5일제 도입과 시간제고용 등의 증가로 평균노동시간이 180시간 줄었지만 OECD 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과로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은 OECD국가 평균인 1,768시간보다 연간 무려 548시간이나 더 많은 것이며, 자신들을 ‘일벌레’라고 자조하는 일본의 1,785시간과 미국의 1,794시간 등에 비해서도 5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평균노동시간이 OECD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까닭은 고용을 되도록 줄이면서 초과근무로 생산력을 증대시키려는 잘못된 고용정책과 잘못된 기업문화 등 한국의 전근대적인 주인-머슴론의 고용 풍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일자리 나누기’라는 미명하에 가장 먼저 인력감축과 급여삭감을 해버리는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들의 행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제일 먼저 일자리에서 쫓겨나며 사람이 제일 먼저 똥값이 되는 경제인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사람을 제일 사람답게 취급하지 않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왜곡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가능한 한 적게 고용하여 장시간 쥐어짜는 식으로 과다한 일을 시키는 고용구조에서는 근로자들이 현장지식이나 전문적 지식을 축적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다. 배우지 못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21세기 세계 경제가 지식정보화 사회, 창의 경제로 전환해가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잘못된 고용문화로는 절대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는 한국경제가 OECD 선진국과는 달리 노동을 고부가 가치화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경제로 아직 전환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즉 한국경제는 노동력의 최소 고용과 과로 노동으로 양적 성장을 하는 개도국 수준의 성장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노동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하는 고부가 지식노동집약형의 첨단경제 구조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노동 및 고용 구조가 이처럼 고부가 지식집약형 경제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발연대의 족쇄에 사로잡혀 있는 한 한국경제의 도약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개발연대의 구태를 반복하고, 국리민복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21세기 패러다임에 걸맞은 사회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마련하기는커녕 여전히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문제점들이 반복돼 지금 일반 서민들은 희망을 잃고 도탄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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