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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자기계발&리더십 리뷰
희생양으로 뽑히지 말라
입력 2006-04-14 오전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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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회사에 가다
페터 놀 외 지음, 김이섭 옮김 (황금가지)


동생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엔지니어다. 입사 때부터 열정적으로 일하더니만 쾌속 승진을 했다. 이번에도 평균 진급 나이 7살 빨리 승진했다. 사사(社史) 상 가장 빠른 나이에 ‘별을 다는’ 것이 동생의 목표였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한편, 염려가 되기도 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조직이란 오너가족, 몇 명의 출중한(?) 임원이 아니면 능력 있는 사람을 오래 잡아두는 곳에 못되기 때문이다. 조직의 그러한 습성을 일찍 깨닫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계획하길 바랬으나 여느 회사형 인간처럼 동생도 일에만 미쳐 살았다.

2주 전, 본가에 가족이 모여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동생은 회사에 작은 사고가 있었고, 마침 간부교육을 다녀온 동생은 책임자가 공석인 그 파트의 사고를 수습하느라 더 바빴다고 전했다. 동생이 속한 기술본부의 관리임원 산하의 파트여서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경험의 산물인지, 누나로서 육감이 작용했는지 동생 일이 궁금했다. 환경문제로 커질 공산이 큰 사고라 어설프게 처리해서는 덤터기만 쓰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생댁이 전화해서 이차저차하여 동생이 임원을 대신하여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 순간 나는 며칠 전에 읽은 책 <마케아벨리 회사에 가다>를 떠올렸다.


회사를 움직이는 고위층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원칙에 의해 움직이는가? 그들 집단이 회사 내 권력을 장악하고 지키는 수단은 무엇인가? 독일 재계의 실화를 익명으로 요약하며 우화를 곁들여 실상을 중계한 이 책, <마키아벨리, 회사에 가다>. 동생댁과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책을 폈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를 연구한 법학자 페터 놀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한스 바흐만이 지은 이 책은 진짜 고위층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샅샅이 드러내준다. 저자들이 ‘늙은 생쥐’라 별명을 붙여준 50대 남성은 기업의 권력을 틀어쥐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지지만 사실상 어떤 과감한 시도도 할 수 없다. 회사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가고 있음을 알아도 자신의 입지를 흔들지도 모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타협적인 개혁안을 지지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였던 크라이슬러가 매각되게 된 이유가 바로 이들에게 있었다.

저자들은 생생한 사례를 들어가며 14장에 걸쳐 대기업 고위층, 오너, 전문 경영인, 헤드헌터, 장차 고위직으로 발돋움하려는 신입사원, 창업주 등 회사 인간들의 생태를 극명하게 묘사한다. 도덕적인 수사를 제해버린 마키아벨리의 눈은 회사에서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아무도 지적하지 못하는 실제 모습을 신랄하게 폭로해 보인다.

동생과 관련하여 내가 몸서리치며 읽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일정 직위 이상 올라갔다면 일이나 책임, 어느 쪽이든 걱정 안 해도 되지만 단 한가지 희생양이 되는 것만은 경계해야 한다. 작은 트집거리라도 있으면 불의의 사태가 터졌을 때 회사가 당신을 버릴 수 있다.’ 저자들은 외부 세미나에서 인정 받으려 하지 말고 유력한 정치인과 골프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못박는다.

자랑같지만, 내 동생은 엔지니어로서 비즈니스 영어에 능통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자격증을 2개나 가졌고, 윗 라인에 충성하고 아랫 라인이 따르고, 그러면서 몸을 아끼지 않는 간부다. 그러나 사내동맹이나 외부 인맥이라는 이중 방어망을 설치하고 사내 정치게임에 귀와 눈이 밟고, 때에 따라선 몸을 낮출 줄도 아는 요령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동생은 별을 딸 때까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모술수를 몰랐다.

동생은 ‘싸나이’로서 장렬하게 전사하겠다고 통보했다. 가족들은 박수를 보냈다. 말려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동생에게 이 책을 한 권 사서 보냈다. 저자의 말에 빨갛게 밑줄 그어서.

“ 이 책의 조언을 실행에 옮겼다고 법률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아직 동생의 일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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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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