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청와대가 더 바쁘겠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에 언론보도를 비판하거나 해명하는 댓들달기를 지시했고, 하루 두 번 숙제검사까지 하겠다니 말이다. 청와대와 털끝만큼도 연관 없는 나는 댓글 그만 쓰고 전자책 쓰자고 권할 참이다. 쓰는 건 뭣이든 좋다. 쓰기만큼 스스로에게 도움되는 작업도 없으니. 그러나 기왕 쓰되 폼도 나고 돈도 벌고, 그런 것을 쓰면 어떨까?

책=종이책의 인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PC로도 핸드폰으로도 PDA로도 최근에는 PMP로도 책이라는 이름의 콘텐츠를 다운받아 읽어 제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욕심나는 대로 책을 사다 꽂아놓고 읽지 않아도 흐뭇해하던 내 묵은 취미를 이젠 정말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뭣이든 빨라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들에게 전자책을 서비스하는데 필요한 통신기술이나 각종 소프트웨어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것들에 얹혀 전송되어야 할 콘텐츠는 종이책을 디지털버전으로 바꾸어 탑재하는 정도.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은 가독성이나 책 읽는 습관 면에서 크게 차이 난다. 책보다 크기가 큰 모니터로 읽는 것조차 아직 익숙해지기 전인데, 종이책 콘텐츠 그대로를 어찌어찌 튜닝하여 핸드폰이나 PCA 등의 작은 액정화면으로 보라는 건 횡포에 가깝다. 즉, 전자책은 나름대로의 독서환경에 맞도록 기획부터가 달라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애당초 전자책으로 읽기 편한 내용, 전자책으로 읽기 편하게 쓰여진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전자책 전문 작가가 되길 권한다.

<디지털 혁명, 전자책>은 그런 욕심을 부려볼 당신에게 우선 권하는 책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전자책과 그 제작의 한 분야를 담당하게 될 작가(후보)로서 전자책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당연히 차이 난다.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성대훈씨가 쓴 이 책은 전자책에 관한 한 모든 것을 한번에 이해하도록 체계적이고 구체적이고 친절한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왜 전자책이 뜨는지, 전자책과 종이책은 어떻게 다른지, 앞으로 주욱 전자책이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국내 전자책 업계의 현황 등 알토란 같은 정보들이다.

내가 전자책에 흥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음악이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가 포함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쓴 전자책에 어떤 영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고 치자. 그 부분을 읽던 독자가 클릭만 하면 내가 지정한 특정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책을 읽는 재미가 얼마나 더 쏠쏠하겠나 말이다. 또 책을 읽는 내내 들릴 듯 말듯한 음악이 배경에 깔려 흐른다면 독서환경이 얼마나 운치있을까. 전자책의 묘미는 또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싸게 팔리지만 책 값에 비해 저자가 갖는 인세의 비중은 종이책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각급 학교나 기관 등에 설치된 디지털도서관에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전자책을 마구마구 사들이고 있다. 특히 전자책 전문기획자나 작가가 따로 없다는 시장상황 또한 당신이 진입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이러한 전자책의 묘미에 이끌린 나는 전자책 기획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공부 중에 만난 횡재 같은 책이다. 전자책의 시스템에 대해 한꺼번에 파악하고 나니 전자책 기획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해졌다.

자, 이러하니 당신도 댓글 그만 쓰고 전자책이나 쓰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