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독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만으로, 또는 남이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여 한 권의 좋은 책, 즉 성경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몸을 맡겨버린다. 그리고 남은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면서 이른바
'가벼운 읽을거리'로 지적 능력을 소모시켜버린다. p150
5.고독
대체로 사람들의 사교는 값이 너무 싸다. 너무 자주 만나기 때문에
각자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하루 세끼
식사 때마다 만나서 우리 자신이라는 저 곰팡내나는 치즈를 서로에게 맛보인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서로 치고받는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예의범절이라는 일정한 규칙들을 협의해놓아야 했다. 우리는
우체국에서 만나는가 하면 친목회에서 만나며 매일 밤 난롯가에서 또 만난다.
우리는 너무 얽혀 살고 있어서 서로의 길을 막기도 하고 서로에게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버렸다.
조금 더 간격을 두고 만나더라도 중요하고 흉금을 터놓는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터인데도 말이다. p195
14. 겨울의 동물들
예전에도 내가 마을의 채소밭에서 김을 매고 있을 때 참새 한 마리가
내 어깨에 잠시 내려앉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그 어떤 훈장보다도
영광스럽게 느껴졌었다. 다람쥐들 역시 나중에는 친숙해져서 앞으로 나아갈 때
내 발이 막고 있으면 돌아가지 않고 내 구두를 밟고 그 위로 넘어가곤 했다.
p395
18. 맺는말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각자는 하나의 왕국의 주인이며, 그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대제국은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 얼음에 의해 남겨진 풀더미에 불과하다. p457
나는 경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그는
과거를 뒤로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부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묵은 법칙이 확대되고 더욱 자유로운 의미에서 그에게 유리하도록
해석되어 그는 존재의 보다 높은 질서를 허가받아 살게 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빈곤도 빈곤이 아니며 연약함도 연약함이 아닐 것이다.
p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