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09년 9월 16일)는 시인 초청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번 8월에 3집 신간을 내신 성백원 선생님을 모시고
시, 글짓기, 생각하기 등등과 이번 3집 '아름다운 고집' 속의 시들에 대한 질문을 갖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심 제자로서 선생님을 모임에 초청했는데 실망하시면 어떨까 걱정도 했지만
우려와 달리 선생님께서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후기 내용이 길다보니 편의상 존칭이 생략됨을 양해 바랍니다)
일 시 : 2009년 9월 16일(수)
주제도서 : '아름다운 고집'
초청시인 : 성 백 원 님
장 소 : 민들레 영토 Room #7
시 간 : 19:00 ~ 21:00
참석 회원 : 진영대, 김경석, 양찬웅, 짜라 (참석 시간순)
음 료 : 따뜻한 민토차
다 과 : 비스킷(요즘 빵이 수급 안되고 있다네요)
뒷풀이
장 소 : 수원역 먹자골목 이화주막
시 간 : 21:00 ~ 23:00
주 류 : 참이슬(소주)
안 주 : 세트메뉴(고기볶음 + 해물탕), 해물떡볶이, 서비스안주(튀긴 건빵, 뻥튀기등등)
모임의 공식 시작시간은 19:00(저녁 7시)이어서 선생님께 그 시간에 수원역 민들레영토 신관에서 뵙자고 말씀드리고 나는 6시 30분경에 미리 도착해 선생님을 기다렸다.
모임지기이신 경석씨가 7시에 맞춰서 도착했고, 조금 지나 선생님께서 오셨다
자리를 잡고 모임과 장소(민들레영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찬웅씨가 도착했다.
시간이 7시 30분 가까이 되가는 관계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는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짧게짧게 노트하였건만 많은 부분을 놓쳤다.)
(성백원 : (성), 김경석 : (경), 양찬웅 : (찬), 짜라 : (짜), 진영대 : (영) 으로 표기한다)
(성) : 시란 사실을 기록한다. 그래서 다른 문학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조적으로 소설은 전달 수단으로 가공된 사실이나 가상의 것을 이용하지만 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표현한다.
(성) : 유명 시인이 '비가 오네' 라는 시를 써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편집장이 너무 망설여져서 평론가에게 시평을 의뢰했다고 한다. 시의 내용은 '비가 오네'라고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론가들이 그것을 읽고서 짧은 문장에 비에 대한 많은 함축이 들어있다고 다들 호평을 했다고 한다. 이에 편집장은 시집을 만들었고 이를 시인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집을 받아본 시인은 깜짝 놀라며 "아니, 시가 왜이래? 이 밑에 있어야할 것들이 다 어디갔어?" 알고 보니 시를 보내주는 과정에서 '비가 오네'라는 글 밑의 많은 글들이 전해지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말은 말자체보다 누가 말 했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성) : 시를 짓는 일이란 씨앗을 만나 키워서 꽃을 피우는 일과 같다. 씨앗이 되는 사람, 사물, 사건 등을 만나서 이를 발견하고 그래서 주은 이 씨앗을 잘 키워내 꽃봉우리가 터질 때 시가 만들어진다.
(성) : 시를 지을 때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는데 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머리로 쓰기도 하고 가슴으로 쓰기도 하고 발(여기 저기 찾아다니는 것을 의미)로 쓰기도 한다
(성) : '아름다운 고집'이라는 시는 머리로 쓴 시이다. 수원의 대표적인 연극인인 김성렬이라는 분을 모티브로 짓게 되었는데, 그 분을 보면서 자신의 일에 참 고집스럽고 순수하게 열심인 것에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꼭 그분이 아니더라도 세상엔 정말 그런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시를 짓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 시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전태열님에게 헌시 되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헌시 되기도 하였다.
(성) : 개인적으로 발달된 감각이 달라서 시인들은 자신의 발달된 감각을 이용하여 시를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는 후배가 내 시로 노래를 만들어 볼까했는데 좀처럼 만들기 어려웠다고한다. 노래로 만들기에 음률이 맞지 않더란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내 시를 좋아하는 걸 보면 음률적인 면보다 다른 좋은 면이 있어서 일 것이다.
(성) : 글은 발광(發光)해야한다. 시를 읽을 때 시 전체 모든 시어가 확 잡아끌지는 못한다. 결국 시를 읽는 사람을 잡아 끄는 것은 그 중 몇 마디, 몇 구절, 특정 시어이다. 그렇게 사람을 잡아끄는 것이 바로 글을 발광시키는 것이다. 글을 발광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성) : 시는 생각하면서 만들게 되면 설명이 되어 버린다. 시는 설명이 아니다. 함축이고 이미지화이다. 따라서 시에는 설명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한다.
(찬) : 시집 1부의 '청소'라는 시를 읽기 전에는 퇴근 후에 집에 들어가 아이가 어지럽혀 놓은 집안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시를 읽고 나서 집에 들어가 어지럽혀진 모습을 보니 정말 '어김없이 봄이다 꽃 천지다' 였다. 아이의 울긋불긋한 장난감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는 것이 정말 봄의 꽃밭같더라. 삶의 모습을 달리 보게 해 주는 게 시인것 같다.
(찬) : '어전회의'라는 시를 보면 '비키니 차림이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집의 3부는 역사에 대한 시들이던데 현재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셔서 쓰신것인가?
(성) : 시집 3부의 역사시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지은 시들이다. 딱딱한 교과서 속 역사를 시를 통해서 색다르게 감상하고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짓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을 예정이고, 역사 순에 따라 시를 지어 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짜) :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차 속에서 좋은 생각이나 구절이 떠올랐는데 집에 도착해서 써보려 하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선생님은 씨앗을 만난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걸 간직하나?
(성) : 그때 그때 노트를 한다. 항상 노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순간에 떠오른 글을 그때 적어 놓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에 느낌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성) : 내가 지은 시 중에서 '봄'이라는 시가 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는 시인데. 이렇다
봄
봄이 꽃을 부르더니
꽃이 당신을 불렀습니다
당신은 봄 입니다
이 시는 아마 짓는데 5분도 안 걸린 것 같다. 순식간에 떠올라 지은 시이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전철에서 맞은편 연인들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은 시이다. 서로 안고 있는 그 연인들에겐 그 순간이 영원한 봄이 아닐까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순식간에 시를 짓기도 하고 며칠을 걸리는 시도 있다
(경) : 작가들의 글에 보면 퇴고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선생님은 퇴고를 어떻게 하시나?
(성) : 사람마다 다를텐데 나는 별로 안하는 편이다. 순간의 느낌을 가능한 그대로 옮기려고 하다보니 그런것 같다. 미당이 '국화꽃 옆에서'를 지으면서 30년간 퇴고를 하여 지었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다른 거 같다.
(짜라) : 김훈의 에세이를 보면 시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짧은 글 속에 많은 내용을 넣다보니까 시어를 선택해 쓰고 난 후 담배 피고 와서 읽어 보면 고치게 되더란다.
(찬) : 시를 지을 때 줄 바꿈이나 띄어쓰기는 어떤 식으로 하게 되나?
(성) : 기본적으로 '숨'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읽어 나가는 숨을 기준으로 짓게 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음률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짜) : 시를 쓸 때 소재를 먼저 가지고 짓게 되나? 아니면 주제를 먼저 가지고 짓게 되나?
(성) : 소재를 먼저 가지고 쓰게 되면 그 시는 가슴으로 쓰게 될테고, 주제를 먼저 가지고 쓰게 되면 그 시는 머리로 쓰게 될 거 같다. 그리고 발(찾아 다니면 경험하면서 쓰는 걸 의미)로 쓰는 시는 대개 설명이 많게 된다.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성) : 시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고정되어서도 안되는 것 아닌가? 시라는 밭에는 철봉을 심어도 되고, 나무를 심어도 되고, 꽃을 심어도 되야 한다.
(영) : 책을 읽으면서 밑줄이나 노트또는 낙서등을 많이 한다. 작가 입장에서 자신의 책을 이런식으로 망가트리며 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성) : 좋은 방법이다. 좋은 구절에 밑줄그으며 보면 나중에 보기도 편하다.
(찬) : 시를 찾아 읽기는 힘든 거 같다. 어떤 좋은 방법이 있나?
(성) : 요즘은 포켓형 시집이 나온다. 그걸 이용해도 좋다. 개그맨 전유성은 아침에 화장실에서 시를 읽는다고 한다. 시 속의 번뜩이는 구절들을 보아 두었다가 적절한 때에 그대로 또는 약간 패러디해서 사용을 한단다. 화장실에서는 긴 글들보다 짧은 시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시집을 놓아두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성) : 시는 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읽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시는 라디오 같아서 들으면 자신 속으로 무언가 들어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데 반해, 소설은 TV와 같아서 현란한 많은 것들을 보여 준다.
****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많네요. 바로 밑에 [2부]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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