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그림에 관한 책을 읽노라니
그림을 보는 방법이 참 다양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방향에서 그림에 접근해 가면 그 방향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변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림 자체를 보기도 하고,
작가의 삶을 보기도 하고,
제작되던 시대와 환경을 보기도 하면서......
여기 위의 시를 내가 혼자 읽었을 때와
시인이 위의 시를 쓰게 된 모티브와 소재들을 들려 주었을 때
이 시는 다른 빛을 발했다.
시인은 명절에 수원의 칠보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며
버스타기 위해 들른 원평리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남들은 다들 고향이네 부모집이네 형제 자매집이네 찾아드는 명절에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으로 어딘가로 찾아들지 못하고
인근 산에 오른 심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어렵던 시절 뭉쳐야 살 수 있었기에
때되면 싫든 좋든 모여들었던 가족들도
이제 먹고 살만해지니 다들 맞지 않는 사람 대면하기 싫어 모이지도 않게 되었단다.
실로 이산가족이라 할만하다.
착찹한 심정에 찾아간 산에서 내려오며
집에 가기 위한 버스를 탔는데
명절이라 쉬던 외국인 노동자들, 다문화 가족들이
번화가에 모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더란다.
먼 타향에 와서 살게 된 그네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그 보다 가까이 살면서도 찾아가지 않는 자신의 심정이 서글펐단다.
"낯 선 외로움 데불고
이 땅을 닮은 나도
저 하늘과 닮은 너도
서럽기는 매한가지
홀로 가는 노을빛에
눈물 흩뿌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시인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버스 속의 풍경들이 속속 떠오른다.
그 감정이 나에게 스며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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