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브에서 애크로뱃(Acrobat) 프로그램 출시. 애크로뱃은 PDF(Portable Document Format)라는 전자 문서를 작성해 주는 소프트웨어로, 애크로뱃 리더(Acrobat Reader)를 통해 이 PDF를 읽을 수 있게 해줌. 어도브는 애크로뱃 리더를 무료로 보급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PDF 파일을 읽을 수 있게 함.
PDF는 기본적으로 전자 출판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나 이미지, 사운드, 동영상, 하이퍼텍스트와 같은 요소들을 편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문서임. PDF 파일은 일단 완성이 된 뒤에는 다른 어떤 플랫폼(윈도, 매킨토시, 유닉스, 웹)에서도 원래 저장된 문서 형태 그대로 읽고 인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PDF 파일은 또한 완성이 된 뒤에도 다시 애크로뱃이나 페이지메이커 같은 전자출판 프로그램으로 불러들여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함.
이후 IBM과 애플, 넷스케이프, MS 등이 PDF 포맷과 애크로뱃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면서 PDF는 어떤 컴퓨팅 환경에서도 호환이 가능한 휴대형 문서로 발전함.
이전까지 대부분의 전자 문서들은 작성된 프로그램에 따라, 혹은 읽는 프로그램에 따라 본래의 레이아웃이 달라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MS 워드에서 작성된 문서가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에서 깨져 보이고, HTML 문서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 브라우저에서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PDF는 이런 전자 문서 간의 비호환성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최초의 문서 포맷이었습니다.
어도브가 애크로뱃을 처음 출시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역시 비슷한 형식의 RTF(Rich Text Format)을 개발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비록 애크로뱃이 RTF에 비해 월등한 포맷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두 가지 포맷이 같은 조건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인다면 윈도 운영체계와 워드 프로세서로 시장을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우세는 불을 보듯 뻔했죠.
그래서 어도브는 애크로뱃 포맷을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합니다. 만일 이 문서 포맷 배급에 라이센스 비용을 받는다면, 일반 고객과 학술/과학 시장은 물론, 비즈니스 시장 고객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잃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래픽 문서 포맷이 갖는 엄청난 잠재적 수익성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도브는 여기서 애크로뱃 프로그램에서 문서 포맷을 읽어 들일 수 있는 '애크로뱃 리더'를 따로 떼내 시장에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합니다. 무료 프로그램인 애크로뱃 리더를 통해 애크로뱃 포맷의 시장을 확대하고, 애크로뱃 문서를 작성하고 구성하고 출판하게 해주는 애크로뱃 프로그램 풀 버전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는 전략이었죠.
시장에 무료 배포된 리더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그래픽 문서 포맷의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시장을 기반으로 애크로뱃 풀 버전의 판매량도 급증하기 시작했고, 결국 애크로뱃으로 인한 수익은 어도브 년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