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쓸 때 진짜 내가 버러지로 변하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어요. 너무 안 되니까. 내가 써놓은 게 너무 별볼일 없어 보이고, 내 자신이 너무 하찮아 보이니까. 작품을 쓴다는 게 결국은 내가 나를 독대해서 하는 건데, 진짜 적나라한 나의 모습을 보는 순간들이 있어요. 내가 벌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죠. 정말 고통스러워요.”
김수현의 '작품 쓸 때마다 벌레가 된 내 모습을 봐요(진은숙 인터뷰)' 중에서 (SBS 취재파일, 2012.6.25)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면, '불만족'과 '콤플렉스'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게 '엔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르스노바'라고 서울시향이 10년째 계속하고 있는 현대음악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올해의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찾아보다가, SBS 문화부 김수현 기자가 쓴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SBS 문화부에서 오래 근무한 문화와 공연 분야 전문가이지요(SBS는 제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김수현 기자가 '아르스노바'를 처음부터 맡고 있는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를 예전에 인터뷰했더군요. 진은숙 작곡가가 생소한 경제노트 가족분들도 있겠지만, 그녀는 상당히 성공한 작곡가입니다. 2004년에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생존 작곡가로서는 최고의 영예라는 '아놀드 쇤베르크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의 오케스트라가 그녀의 작품을 많이 연주하고 있습니다.
진 작곡가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작품을 쓸 때 진짜 내가 버러지로 변하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어요. 너무 안 되니까. 내가 써놓은 게 너무 별볼일 없어 보이고, 내 자신이 너무 하찮아 보이니까. 작품을 쓴다는 게 결국은 내가 나를 독대해서 하는 건데, 진짜 적나라한 나의 모습을 보는 순간들이 있어요. 내가 벌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죠. 정말 고통스러워요.”
“예술가에게 영원히 만족이란 건 없어요. 만약 ‘아, 나는 다 이뤘다’고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천재 아니면 바보일 거에요."
그녀는 또 '고통을 겪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안락한 지위도 원하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작품을 쓰고, 정말 안 될 때 나의 처참한 모습을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진짜 버러지가 돼봐야 해요. 그런데 내가 교수라든지, 무슨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버러지가 될 수 없잖아요.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볼 수가 없는 거에요.”
만족과 안락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자세... 그것이 어느 분야에서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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