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수, 늘려야하나, 줄여야 하나...
요즘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400명'을 이야기했고, 심상정 의원은 360명을 주장했습니다. 현재 300명이니, 60명~100명을 증원하자는 얘깁니다.
제 생각은 증원은 현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증원론에도 물론 대표성 제고 등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특권 철폐' 약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증원론은 어불성설입니다. 특권철폐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오히려 정수를 줄이는 '충격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증원 주장은 훗날 국회의원이 신뢰를 확보한 후에나 제기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런 의원 수 논쟁은 ‘사소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근본적인 변화가 정치 플랫폼에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국회의원의 존재 의미와 역할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게될런지도 모릅니다.
아래 글은 제가 쓴 책 '정치의 미래와 인터넷소셜 의지'의
8장 '정치인의 미래'
10절 '정치인인 시민, 시민인 정치인... 국회의원은 사라질 것인가' 중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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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모두 300명. 의원 한 명이 유권자 16만 3000명을 대표하고 있다. 이 300명이라는 숫자는 많은 것인가 적은 것인가. 인구 대비 의원 숫자는 선진국들 간에도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의원 1인 당 약 60만 명을 대표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약 6만 5000명 정도를 대표하고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의원 수를 대폭 감축해도 될 것 같고,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오히려 늘려야할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단원제인 우리와는 달리 양원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란 더욱 어렵다.
의원 수 감축 주장이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불신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일하기는커녕 개인이나 당 보스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300명이나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다. 인구가 3억 명이 넘고 국토면적도 훨씬 큰 미국도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35명으로 의원 수가 총 533명에 불과하다. 그 의원들이 우리의 국회보다 비좁은 의사당 공간에서 토론하고 법안을 심의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면에 의원 수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입장은 국회가 다양한 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의 숫자를 증가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 우리나라가 네 번째로 많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우리나라보다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가 많은 나라는 일본, 멕시코, 미국 정도이며, 스페인, 이태리, 프랑스, 영국, 독일, 터키 등 많은 나라들이 모두 우리나라보다 더 적은 수의 인구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원수 증원론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변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문제는 이 전제가 국민에 의해 의심받고 있다는데 있다. 의원이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면 숫자를 늘린다고 달라질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운영비용과 국민의 불만만 더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핵심은 숫자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느냐에 있다. 의원들이 국민을 대변하도록 국민참여와 제도로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지 숫자는 부차적인 문제다. 국회의원이 현재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먼저 국회의원 숫자 감축과 특권 철폐 등으로 ‘성의’를 보이면서 현실에서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의원 수 증원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의원 수 논쟁은 ‘사소한’ 문제일런지 모른다. 국회의원과 관련된 근본적인 변화가 정치 플랫폼에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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