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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과 언론, 오케스트라
입력 2015-04-29 오후 2: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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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보'에 실린 저의 이번달 컬럼입니다.
 
 
*       *        *
 
<퓰리처상과 언론, 오케스트라>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2015.04.28.
 
# 지난 20일 한 언론사에서 정치부장으로 일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했다. 뒤에 친구의 상사인 국장과 바로 아래 후배인 차장도 합류해 넷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전화가 왔다.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복귀했다. 나는 “사의를 표명할 거면 좀 일찍 하지 왜 새벽에 해서 기자들을 고생시키나”라고 그들을 ‘위로’하며 배웅했다. 그날 정치부 기자들 중에 제대로 잠을 잔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 “퓰리처상을 받았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마지막에 쓴 기사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가끔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 자주 하곤 한다. 설사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누린 언론인이라 할지라도 안주하지 않고 치열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듯 퓰리처상은 언론계에서 ‘명예의 상징’으로 쓰인다.
 
# 며칠 전 올해의 퓰리처상 수상자 명단이 발표됐다. 그런데 수상자 중 두 명이 박봉과 고된 노동 강도 때문에 이미 기자직을 그만두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 명은 롭 쿠즈니어 전 기자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의 소규모 지역신문인 ‘데일리브리즈’ 기자였다. 지역 교육계에 만연한 부패 문제를 다룬 심층기사를 써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지난해 가을 ‘15년 기자생활’을 접고 남캘리포니아대(USC)의 홀로코스트재단 홍보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발행 부수 6만3000부 정도의 신문사였는데, 월급으로는 집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노동 강도도 높았다. 밤 10시에나 퇴근하는 생활에 지친 여자 친구가 39세가 된 그에게 ‘전직’을 종용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한 명은 나탈리 하우프다. 그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시의 발행 부수 8만5000부인 지역신문 ‘더 포스트 앤드 쿠리어’에서 기자로 일했었다. 가정 폭력의 참상을 고발한 심층보도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를 써 이번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금메달을 받는, 대상에 해당하는 ‘공공 서비스 부문’ 수상자였다. 하지만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그녀도 이미 신문사를 그만두고 홍보대행사로 직장을 옮긴 상태였다. 그녀는 “기자로서의 삶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미국이든 한국이든 ‘바쁜 삶’은 팩트를 좇는 언론인의 ‘숙명’이다. ‘보람’은 결국 그 팩트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론사의 수익성 악화다.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의 등장이었다. 이 같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제 언론사와 언론인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품질 경쟁을 하는 오케스트라가 될 것인가, 규모 경쟁을 하는 정보 플랫폼이 될 것인가.
 
아마도 다수의 언론사들은 자의건 타의건 오케스트라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게 테크놀로지의 시대에서 ‘쇠락’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그게 원래 ‘언론의 길’인지도 모른다. 어느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나 단원도 “올해 목표는 매출을 5배 늘리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준의 음악을 선사하는 게 우리 오케스트라의 목표”라고 말한다. 물론 몇몇 언론사는 거대 정보 플랫폼이 되려 할 것이다. 
 
될 수 있다면야 세상의 정보 플랫폼을 장악하는 미디어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규모는 작고 운영이 쉽지 않더라도 고품격의 기사와 칼럼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는 언론사가 되는 것 역시 커다란 의미가 있다. 
 
퓰리처상에 대한 외신을 접하고, 품질 경쟁을 하는 오케스트라 같은 언론사, 오케스트라의 단원 같은 언론인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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