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대개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만, 외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존재'인 것이지요.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의 모든 부분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정치'에 대해 고민하다, '정치의 미래'에 대해 책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인터넷이 바꾸고 있는 정치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정치의 원형'과 오래전의 사상가들과 그들의 철학도 살펴보았지요.
아래는 제가 쓴 <정치의 미래와 인터넷 소셜의지>(21세기북스,2014)의 4장 '정치의 철학과 공동체의 미래' 중 7절인 '루소II: 참여민주주의와 '데이터 기반 민주정치''의 내용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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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정치의 철학과 공동체의 미래'
7절 루소II: 참여민주주의와 '데이터 기반 민주정치'
(135~136쪽)
직접민주주의가 좋기는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이런 루소의 생각은 18세기 당시의 유럽,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치 현실에서 타당한 것이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번갈아 지배한다는 민주주의의 이상은 아테네 같은 소규모 폴리스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구성원들이 쉽게 모일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상시적으로 모여 있어야 하는데, 그게 공동체의 규모가 커진 이후에 가능키나 한 이야기인가.
구성원들이 서로를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상당히 평등해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한계와 정치 참여의 고비용 구조가 직접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치의 미래는 루소가 생각한 직접민주주의의 걸림돌을 제거해줄 것이다. 스마트 기기로 무장하고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민들은 공간과 시간적 제한을 무력화시키고 쉽게 모일 수 있으며, 나아가 사실상 상시적으로 모여 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제로로 수렴되고 자신을 노출하려는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하면서 서로를 알기도 쉬워진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손쉽게 세상에 널리 알릴 수도 있다. 게다가 증강되고 있는 개인의 힘은 공동체의 분위기를 자유와 평등 쪽으로 이끌어간다. 루소를 비관적으로 만들었던 걸림돌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궁극적으로는 빅 데이터에 기반한 소셜 의지의 정치, 즉 9장에서 살펴볼 ‘데이터 기반민주정치data-act-based democratic politics’의 등장으로 인간의 참여민주주의는 완성될 것이다.
루소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진정한 공화국’은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일을 논의하는 데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구성원이 피지배자가 아니라 주인인 공동체는 인간에게 가능한 것일까. 루소가 꿈꿨던 그런 공동체가 새로운 정치 플랫폼의 등장으로 어렴풋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