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15년, 태종이 위징에게 말했다.
"요즘 조정의 대신들은 한결같이 나라의 대사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위징이 대답했다.
"폐하께서 마음을 비우고 신하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마땅히 말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옛사람은 '신임하지 않는 사람이 간언하면 자기를 비방한다고 생각하고, 신이하는 사람이 간언하지 않으면 봉록만 훔치는 자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재능은 각기 다릅니다. 성격이 유약한 사람은 속마음이 충직해도 말하지 못하고, 관계가 소원한 사람은 신임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감히 말하지 못하며, 마음속으로 개인의 득실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므로 감히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서로 침묵을 지키고 남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113쪽)
어느 시대건 리더에게는 '간언'이 중요합니다. 현명한 조언을 받지 못하는 리더는 위태롭습니다. 그가 이끄는 조직도 위험해집니다. 정치건 경영이건 그렇습니다.
'정관정요'를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중국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정치 철학을 중심으로 군주의 도리 등을 정리한,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입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리더십의 교과서'쯤 되겠지요.
그 시절에도 신하들이 왕 앞에서 '말'을 잘 하지 않았나봅니다. 당 태종이 그 이유를 현명한 정치인이었던 위징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하께서 마음을 비우고 신하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마땅히 말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말이 쉽지, 리더가 '마음을 비운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위징의 말을 들은 태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실로 그대가 말한 것과 같소. 나는 항상 이 일을 생각할 것이오. 신하들이 비록 간언하려고 해도 군주의 노여움을 사서 죽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이오. 그것은 간언하다가 솥에 던져져 삶아 죽이는 일을 당하거나 적의 시퍼런 칼날에 내던져지는 것과 또한 무엇이 다르겠소!...
나는 지금 가슴을 크게 열고 신하의 원대한 생각과 간언을 받아들일 것이오. 여러분은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두려워해 자기의 말을 진실되게 펼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114쪽)
태종이 "가슴을 크게 열고 신하의 원대한 생각과 간언을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한 셈입니다.
간언, 조언에 대한 태종의 생각을 몇개 더 보시지요.
"현명한 군주는 항상 자기에게 단점이 있음을 생각해 나날이 좋아지지만, 어리석은 군주는 자기의 단점을 옹호해 영원히 어리석어지오... 신하가 군주의 마음을 거스르면서 간언하는 일은 어렵소." (106쪽)
"군주에게는 반드시 충직하고 어진 신하가 있어 보좌해야 하오. 이렇게 하면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소... 만일 군주의 행동이 정당하지 못한데 신하가 바로잡아주거나 간언을 하지 않고, 구차하게 아첨하며 순종해 편안함만을 도모하면서 하는 일마다 모두 칭찬만 한다면, 군주는 어리석어지고 신하는 아첨하니 나라가 위급해져 멸망하는 것은 멀리 있지 않을 것이오."(108쪽)
간언에 대한 당 태종의 생각... 정치인이건 경영자건, 이 시대를 사는 리더들이 간직해야할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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