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전문가용 제품을 만들지 않아요. 요리사는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프로이고 요리는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거든요. 그러나 아마추어들, 즉 집에서 요리를 하는 보통 사람들은 요리가 직업이 아닙니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 즐거움을 제공하고 싶고요. 저희는 보통 사람들에게 친숙한 제품을 만드는 게 신조입니다."
윤형준의 '1만년 관성을 깨다' 중에서 (조선비즈, 2015.3.14)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할 때, 우리는 자칫하면 '전문가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이용자인 '대중'의 눈에서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눈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유혹에 휘둘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래서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주방용품 브랜드인 조셉 조셉(Joseph Joseph). 그들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소비자의 관점을 유지함으로써 그 분야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3년 창업한 이후 주방용품을 소비자의 눈에서 혁신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 연속 디자인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혁신을 추구하는 디자인 전문가 그룹이지만 제품 개발에서 디자인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만들 때, 80%의 기능과 20%의 패션을 섞어서 만듭니다. 만일 예쁜 디자인, 즉 패션의 비중이 50%를 넘으면 그건 위험한 결정이 될 겁니다. 유행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죠."
철저하게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입니다. 창업자인 조셉 형제가 자신들은 절대 프로 요리사가 되지 않으려 한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더군요.
"사실 저희는 절대 프로 요리사가 되지 않으려고 해요. 만약 저희가 요리를 잘하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전문가다운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예컨대 '이 정도 맛을 내려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나뉩니다. 아마추어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존스 부인'. 그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 염두에 두는 상상 속의 인물입니다. 영국적인 30대 후반의 가정주부이고, 디자인 제품에 아주 약간의 관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디자이너 이름을 줄줄 외울 만큼 관심이 많은 건 아니며 그냥 예쁜 제품 보면 '예쁘다'고 생각할 정도인 인물. 한마디로 대중, 평범한 보통 사람이지요. 그런 존스 부인을 염두에 두고, 디자이너들이 좋아하지만 존스 부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제품인 결코 만들지 않습니다.
프로 요리사가 절대 되지 않으려 한다는 혁신적인 주방용품 브랜드 '조셉 조셉'의 창업자들... 전문가 오류에 빠지지 않고 대중의 눈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참고할만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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