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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지피지기'와 이순신의 '지기지피'(知己知彼)
입력 2015-04-14 오후 5: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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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에서는 '지기지피'라고 했는데, 손자병법에서는 '지피지기'라고 했다. '나와 적' '적과 나'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이순신이 잘못 기억하고 메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손자병법에도 두 번씩 동일한 표현이 나오는데, 이순신이 두 번씩이나 잘못 기억하고 썼을 리 없다.
 
그 배경엔 류성룡이 있다. 류성룡은 병법에 무지해 패전하는 장수들을 위해 자신이 과거에 쓴 '증손전수방략'을 복기하고 다시 정리해 1594년6월 선조에게 '전수기의십조'라는 이름의 병법 요약집을 올려 장수들에게 배포하도록 했다. 바로 그 '전수기의십조'에 손자병법과는 다른 이순신의 '지기지피'가 나온다.
 
"병법에 이르기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고, 나를 알지 못하고 적을 알지 못하면 백 번 싸워서 백 번 진다'고 했다. 이른바 나를 알고 적을 안다는 것은 적과 나의 장단점을 비교해 헤아린다는 뜻이다." -'진수기의십조'
 
박종평의 '군신 이순신 뒤에 천재 멘토 류성룡 있었다' 중에서(신동아, 2015년 4월호)
 
우리는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이순신 장군은 '지기지피'(知己知彼)를 강조했습니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난중일기에는 이 '지기지피'가 두 번 나옵니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만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1594년9월3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1594년11월28일 일기 뒤의 메모
 
물론 이 표현은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에서 나온 것입니다. 손자병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은 모르지만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표현의 순서가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 했는데, 이순신은 '지기지피'(知己知彼)라고 했습니다. '지기'가 먼저입니다.
 
이에 대해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류성룡은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를 '지기지피'라고 썼다. 이순신과 같다. 난중일기의 날짜와 메모의 순서로 보면 이순신이 (류성룡이 쓴)'전수기의십조'를 읽고 메모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순신이 류성룡의 표현을 따른 것은 '나를 아는 것'을 우선시하는 류성룡의 시각에 동의했음을 보여준다."
 
나를 아는 것, 우리 기업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성찰', '자기관찰'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굳이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아니라 '지기지피'(知己知彼)라고 난중일기에 쓴 마음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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