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대개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만, 외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존재'인 것이지요.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의 모든 부분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정치'에 대해 고민하다, 올해 '정치의 미래'에 대해 책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인터넷이 바꾸고 있는 정치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정치의 원형'과 오래전의 사상가들과 그들의 철학도 살펴보았지요.
아래는 제가 쓴 <정치의 미래와 인터넷 소셜의지>(21세기북스,2014)의 4장 '정치의 철학과 공동체의 미래' 중 5절인 '로크: 신탁 개념과 소셜 신탁, 관심 이전, 상시책임 정치'의 내용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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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정치의 철학과 공동체의 미래'
5절 로크: 신탁 개념과 소셜 신탁, 관심 이전, 상시책임 정치
(124~126쪽)
그러나 로크는 달랐다. 정부는 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정부가 거꾸로 시민을 핍박한다면 시민들은 그 정부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영국 명예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인류의 획기적인 정치발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준 혁명적인 생각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여기서 로크의 ‘신탁trust’ 개념이 나온다. 정부는 단순한 수탁자(신탁관리자trustee)이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주권을 갖고 있는 시민이 신탁을 철회하고 권력을 되찾아올 수 있다. 주권은 당연히 자연권을 갖는 개인들에게 속한다. 국가라는 제도는 필수 불가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권력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를 통해 로크는 개인은 양도할 수 없는 자연권을 갖는 존재이며, 정부는 단지 개인으로부터 신탁을 통해 공공선을 증진시키기 위한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에 불과한 것으로, 만약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신탁 철회를 통해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했다. 당시의 전제군주와 왕당파가 볼 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역의 사상이었을 것이다.
이는 17세기에 나왔지만 21세기인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는 민주주의 이론이다. 특히 주권자인 개인이 언제든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현재의 민주정에서도 실질적으로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여전히 선거 때만 권리를 행사할 뿐이며, 평소에는 정치에서 소외되어 정부와 정치인을 견제하고 바꿀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치의 미래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뒤에서 이 로크의 생각이 스마트 소셜 정치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어텐션attention(관심) 정치’를 매개로 하는 정책의 변화와 정부의 변화를 통해 비로소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임을 볼 것이다. 17세기 로크의 신탁 개념은 정치의 미래에 ‘소셜 신탁’ 개념을 통해 정부와 정치인이 시민에게 상시적으로 책임을 지는 ‘상시책임의 정치’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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