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 클럽'. 며칠전 우리나라가 내년에 이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았지요.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30K)를 넘고, 인구도 5000만명(50M)이 넘는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모두 6개 나라 뿐일 정도로 '가입'이 쉽지 않은 클럽입니다. 국민의 생활수준도 높아야하고, 경제 규모도 어느 정도 커야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브라질 같은 대국은 국민소득 때문에, 덴마크나 싱가포르 등 작은 부자나라들은 인구 규모 때문에 가입이 안니다. 따라서 '30―50 클럽'에 들어간다는 건 초강대국은 아니라도 수준과 규모를 어느 정도 갖춘 '중견 강국'이 된다는 뜻입니다. 대단한 일이고, 축하할 일입니다. 6개 나라 모두 '기존의 강대국'들이고,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나라 중에는 한국이 최초가 될 것으로 보이니까요.
하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여러가지 문제와 갈등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두 가지, 고령화와 저성장이라는 위협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 그리고 '건강한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30―50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최근 고대 장하성 교수가 책을 냈더군요. 20년쯤 전인 1990년대 중반 제가 언론에 있을 때, 그가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활발히 벌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된 분의 책이라 받아 보고 반가웠습니다. 그의 책에 나온 소목차들을 보면 지금의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갈등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악화되는 소득 불평등, 확대되는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임금 없는 성장, 분배 없는 성장, 악화되는 비정규직 문제, 줄어든 가계소득/늘어난 기업소득...
"한국 자본주의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선진국들에는 없는 문제들도 가지고 있다. 극도로 불공정한 시장의 경쟁 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그리고 비정규직과 자영업 노동자 비중이 대단히 높은 불안정한 고용구조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복지로부터 후퇴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이제야 복지를 시작하고 있다."
그의 현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은 신랄하지만 해법은 강경 좌파와는 다릅니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가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장 실패와 자본주의의 실패는 정책의 실패이며 정부의 실패이고, 정치의 실패이며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말합니다.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요.
"선진국들의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는 역할을 줄여가기 시작한 1980년대에 한국은 계획경제를 하고 있었고, 선진국에서와 같은 경쟁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그 원인과 과정이 선진국들과는 크게 다르다. 선진국들의 문제들이 시장 근본주의적인 정책의 산물이라면 한국의 문제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발생한 문제다."
내일 휴일에는 한국경제의 미래와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해 좀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한글날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