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부근에 있는 거대한 정부 청사 앞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다시 자신과 고통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는다. "어려서부터 나는 우리들의 육체가 어떤 식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하루는 낚시를 따라간 적이 있는데, 낚시바늘에 걸린 물로기가 바동거리더군요. 그런데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아니 소리를 지르지 않았어요. 어린 나는 생각했어요. 얼마나 아팠으면 소리도 지르지 않았을까!

그게 나를 소설가로 만든 첫 자극제였어요. 결국 나는 물고기의 고통을 반영하고자 작가가 된 셈이죠. 이제 와서 나는 내가 인간의 고통을 표현하는 전문가가 되었다고 느끼며, 가능한 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할 생각이오." (47쪽)

 

 

누구에게나 '자신의 일'을 하게 만든 '자극제'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업'(業)으로 삼고 있는 일을 시작하게 해준 '동기'이지요. 시간이 지나 희미해지면 그 기억을 다시 살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업'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게 해줄 수 있고, 무엇보다 그게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니까요.

 

20년 전이네요, 1994년에 소설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오에 겐자부로. 그는 자신을 소설가로 만든 첫 자극제가 '낚시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고통'이었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낚시를 따라갔다가 목격한 물고기. 그 물고기는 낚시바늘에 걸리는 끔찍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소리도 지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오에 겐자부로는 그날의 자극제 이후 물고기의 고통을, 나아가 인간의 고통을 표현하려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가 1935년생이니 벌써 팔순이 되었군요. 요즘 일본에서 '평화헌법' 수호와 원전 재가동 반대를 주장하며 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의 '일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오전 7시에 일어나요. 아침은 거르지요. 네댓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다시 일을 해요. 저녁에는 수영장에 가지요.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조금 있다가 잠자리에 들어요. 나는 항상 이 테이블에서 글을 쓰고, 그 사이 히카리는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어요. 나는 불운하지 않고, 다른 일들로 인해 내 세계가 흔들리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아요."

 

팔순의 나이에도 매우 규칙적인 작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낚시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고통'을 떠올리면서, 오래간만에 나에게 '나의 업'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자극제', '동기'에 대해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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