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변해온 것처럼 내가 부드러워진 건 사실이다. 아마도 나이가 들수록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 경기 중에 마땅찮은 패스가 나오면 나는 그 선수를 호되게 야단쳤다. 컵을 내던진 일도 있었다. 젊은 시절 특히 애버딘에 있던 때와 맨유 초기에 나는 아직도 세계를 바꾸겠다는 욕망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확고한 성공을 이루는데 필요한 의사결정을 쉽사리 이끌어냈다. 경기 도중 하프타임에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네가 한 그 패스는 뭐야. 나는 직선 패스를 하지 말라고 너에게 지겹도록 이야기했어. 패스할 상대가 멈춰 서게 하지 말고 전진하거나 공격하기 쉽게 패스하란 말이다."
우리가 3:0으로 이긴 경기였다. (286쪽)
감독이란, 리더란 무엇인가. 좁게는 이번 월드컵에서의 한국대표팀을 보면서, 넓게는 성패ㅘ 몰락이 엇갈리는 기업의 세계, 사회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정치의 세계를 보며 이상적인 감독, 이상적인 리더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축구감독'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지요. 1986년부터 무려 2013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지낸 알렉스 퍼거슨. 그는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트레블(리그 우승, FA컵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3연패)로 이끌어 기사작위를 받기도 했던 감독입니다. 감독에 대해 생각해보다 예전에 나왔던 그의 책을 펼쳐봤습니다.
퍼거슨이 감독으로서 터득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좋은 연습은 반복 밖에 없다'였습니다. 그 다운 생각입니다.
"베컴은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 만은 아니었다. 뛰어난 선수가 된 것은 재능을 덜 가진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끊임없이 연습했기 때문이다. 연습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더 낫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퍼거슨과 함께 했던 선수들은 '반복 훈련'을 지겹게 받아야 했습니다. 그가 어떤 신체 활동이든 효과적인 연습은 기술의 반복 실행이라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습관'으로 굳어질 때까지 연습을 해야했습니다.
사실 퍼거슨은 '냉혹한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요. 패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선수에게 컵을 내던지기도 했고, 압승을 한 경기에 대해서도 호된 질책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는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워지고 있으며 실수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실수를 너무 많이 지적하며 선수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 자만심에 빠진 이들에게 결점을 지적하는 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들은 격려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퍼거슨은 존 휴잇이 팀 회의 도중 자신이 눈길만 보내도 기겁을 하며 두려워하자, 그를 팀 회의에 넣지 않았습니다. 회의 참석이 그를 망칠까 우려해서였지요. 그리고 퍼거슨은 회의가 끝나고 난 뒤에 존에게 가서 이렇게 격려했습니다. "자, 이제 나가서 즐기자. 넌 잘 해낼거야".
'나가서 경기를 이겨라'를 철학으로 갖고 있었다는 퍼거슨. 그가 쓴 책을 덮으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감독과 리더의 이상적인 모습에 대해 다시 고민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