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겠지만, 일단 계속 나오기만 하세요.”
예병일의 경제노트가 운영하는 ‘따뜻한 학교’의 중국어공부모인 초급반 개강 자리. 그곳에서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입니다.
경제노트의 무료 중국어 공부모임은 2008년 1월 시작된 자원봉사 기반의 학교입니다. 은퇴후 무료로 강의를 하며 이끌어주고 계신 이종현 경제노트 가족님의 지식봉사를 기반으로 2014년 현재 7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초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회화반이라는 5개 반이 매주 월~금요일 저녁과 일요일 오후에 신촌에서 운영되고 있지요.
지난 7월의 제21기 기초반 개강 때도 100여 명의 수강생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건 절대 쉽지 않을 겁니다. 힘들다고, 바쁘다고, 수업에 한 번 두 번 빠지기 시작하면 분명히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니 무조건, 일단, 수업에 나오세요. 가급적 두 번 연속 빠지지는 마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포기하지만 않고 그렇게 계속 간다면,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1년 뒤, 3년 뒤, 5년 뒤에 중국어를 말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그 말은 제가 '쉽지 않은 악기'라는 대금을 배우면서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기도 합니다. 2012년 2월의 어느 날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첫 대금 수업 시간에서 선생님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들겠지만, 일단 계속 나오기만 하세요.”
대금은 취구가 커서 처음엔 소리 내기도 쉽지 않겠지만, 중간에 힘들다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니 일단 꾸준히 나오기만 하라는 것이었지요.
예상대로 대금은 쉽지 않았습니다만, 3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령산, 세령산, 상령산 등 영산회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베 마리아나 대니 보이 같은 곡도 조금은 비슷하게 소리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소리도 잘 나지 않았고 악기가 길어 손가락을 움직이기가 어려웠지만, 무조건 수업에는 나갔습니다. 앞으로도 대금 선생님의 조언을 지킬 생각입니다. 일 때문에 수업에 한 두 번 못나갈 수는 있겠지만 가급적 연속으로는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천천히 가더라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느 정도 소리를 낼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그 곳’에 갈 수 있을 겁니다. 중국어도 그렇고, 대금도 그렇고, 다른 그 무엇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