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망치를 집어들 때 그의 뇌에 있어서 이 망치는 손의 일부다. 군인이 얼굴에 쌍안경을 들어올릴 때 그의 뇌는 새로운 눈을 통해 보며 즉각적으로 새로운 시각의 영역에 적응한다.
펜치를 사용하는 원숭이에 대한 실험은 말랑말랑한 영장류의 뇌가 도구를 자신들의 감각 지도와 익숙하게 결합함으로써 어떻게 인공적인 것을 자연적으로 느껴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300쪽)
최근 번역출간된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The Glass Cage)를 읽고나니, 그의 2010년 작품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이 떠올랐습니다. 경제노트에서도 소개해드렸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지요. 오래간만에 책장에서 꺼내 첫페이지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그가 그 책을 쓰기 위해 인터넷의 지속적인 '방해'를 이겨내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2007년 말 무렵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일에 내 사고를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언제나처럼 인터넷은 수많은 유용한 정보와 연구의 도구를 제공하지만 인터넷의 지속적인 방해는 나의 생각과 글을 분산시켰다. 나는 불로그에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일관성 없는 속도로 글을 쓰곤 했다. 분명 큰 변화가 필요했다."
카는 2008년 여름 아내와 함께 보스턴에서 콜로라도 산악지대로 이사했습니다. 인터넷과 조금이라도 멀어지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휴대전화는 작동하지 않았고, 인터넷은 매우 느린 DSL 연결을 통해서나 가능해졌습니다. 트위터 계정을 없앴고, 페이스북 계정은 휴면 상태로 설정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를 중단했고, RSS 리더기와 인스턴트 메신저를 끊었습니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횟수도 대폭 줄였지요. 그 책은 그런 과정을 통해 2010년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집중력' 저하. 제가 느끼는 고민이자 요즘 많은 분들이 절감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는 '도구'입니다. 너무도 편하고 환상적이어서 끊고 싶지도 않고, 또 업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끊을 수도 없는 도구입니다.
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목수가 망치를 손으로 집을 때 그는 손을 이용해 망치가 할 수 있는 작업만 할 수 있다. 손은 못을 박거나 뽑는 도구가 된다.
군인이 쌍안경을 눈에 가져다 댈 때 그는 렌즈가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상만 볼 수 있다. 그의 시야는 넓어지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볼 수 없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들... 집중력 저하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현명하게 '도구'로 활용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