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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모토 감독 곁에서 의상팀 조수로 현장을 도왔던 경험이 있다. 영화감독의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한, 도쿄대 의대 재학 시절이었다. 영화감독을 지망하며 16밀리 독립영화까지 찍었지만 6개월 동안 전체 분량의 절반도 찍지 못하고 프로 배우들이 차례차례 그만두는 괴로운 경험을 한 직후였다. 

실패의 늪에서 힘들어 하던 나를 차마 볼 수 없었던지 한 지인이 "너 이런 식으로 일하면 영화 일은 못해. 일본에서 가장 일 진행이 뛰어난 감독을 소개시켜줄 테니, 그 옆에서 한 번 일해보면 어때?" 하며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이었다.(123쪽)

 

 

'속도'... 일을 하면서 우리가 항상 체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천천히 진행한다고 일이 완벽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늦어짐으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더 큽니다.

 

실제 우리는 종종 계획했던 일의 진행이 늦어져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의 문제는 그 일이 늦어지는 것 자체보다, 그러다 보면 다른 계획들도, 나아가 삶 전체가 느슨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데 있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일의 진행과 관련해 큰 영향을 받은 한 영화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소개해드립니다. 도미모토 소키치라는 영화감독 겸 드라마 감독. 그는 톱스타 야마구치 모모에의 스케줄을 길게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 3개월 만에 멋진 영화를 완성시킨 일화가 있는 감독입니다.

 

저자는 도쿄대 의대 재학 시절, 도미모토 감독 곁에서 의상팀 조수로 TV아사히의 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2주 동안 1편의 드라마를 촬영하는 스케줄이었는데, 집에도 못들어갈 정도로 엄청 바쁘리라는 예상을 깨고 촬영 현장은 의외로 일찍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촬영은 놀랄 만한 스피드로 착착 진행되었지만, 매일 오후 5시면 회사에서 퇴근하듯 모든 일을 종료한 겁니다.

일이 날림인가 의구심도 들었지만, 촬영 후 방영된 드라마를 보고 저자는 놀랐습니다. 자신이 현장에서 지켜보았던 그 작품이 당시 '토요와이드 극장' 사상 가장 오랫동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의 1회분이었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속도'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정이 늘어지면, 부작용은 생각보다 치명적입니다. 천천히 진행한다고 일이 완벽해지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