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학습했으나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던 기술들은 당신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질 수도 있지만, 그 기술들은 잊혀진 것이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경경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다만 그 기술들이 차지하던 공간과 사용하던 자원의 양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휴면기에 접어든 신경경로는 헬스장에 있는 커다란 보라색 짐볼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한때 당신은 이 공을 애지중지하며 팔굽혀펴기에 쓰기도 하고 책상 위에 올려두기도 했지만 열정은 점차 식어갔다. 아마도 바람이 빠진 공은 이제 벽장이든 차고든 공간을 덜 차지하는 곳에 처박혀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이 공을 다시 사용하기로 작정한다면 새 것을 살 필요는 없다. 공을 꺼내서 바람을 채우기만 해도 새것처럼 쓸만할 것이다. (241쪽)
"실력이 녹슬었다."
우리가 종종 하는 말입니다. 예전에 배웠지만 오래 활용하지 않아 실력과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아쉬워합니다.
그런데 뇌를 공부하는 인지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경쟁적 신경가소성'이라고 표현합니다. 근육 등 우리 몸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두뇌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특히 두뇌에 있는 기술들은 무단거주자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비어있거나 쉬는 땅을 보면 자기가 차지해버린다는 겁니다. 즉 우리가 학창시절 잘했던 농구를 더 이상 하지 않거나, 배웠던 외국어를 연습하지 않으면 다른 기술이 대기하고 있다가 그 영역을 점령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사용한다는 얘깁니다.
다행인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 기술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저 잊혀진 것이며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합니다. 물론 그 기술이 차지하던 공간과 자원은 많이 감소했겠지요.
그러니 이제는 필요한 기술이라면 "실력이 녹슬었다"며 아쉬워하지만 말고, 일단 다시 꺼내 닦아봐야겠습니다. 완전히 처음처럼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우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기술이나 능력을 잃고 싶지 않다면 끊임없이 그것을 사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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