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넷플릭스는 '포스트-플레이'(post-play)라는 아리송한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열세 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브레이킹 배드' 한 시즌 전체가 13시간짜리 긴 영화 한 편이 된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5초 뒤에 넷플릭스 플레이어가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틀어 준다. 전 에피소드가 클리프행어로 끝나도 가만히 있기만 하면 다음 에피소드가 시작되어 미결 상태가 저절로 해소되었다.
2012년 8월 이전까지는 다음 에피소드를 시청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면, 이제는 다음 에피소드를 시청하지 않을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다.(254쪽)
"넷플릭스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기는 한데, '시작'하기가 겁난다. 다른 일을 못하게될까봐..."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 공감이 갑니다.
넷플릭스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카운트가 시작되고 몇 초 뒤에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다음 에피소드를 보게되는 것이지요. 이 기능이 바로 '포스트-플레이'입니다.
드라마들이 대개 그렇듯이, 넷플릭스의 에피소드들은 '미결 상태'로 끝이 납니다. 소단원의 결말이 나오기 직전에 궁금증을 남긴채 한 회가 종료됩니다. 궁금함과 아쉬움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 '포스트-플레이' 기능은 우리를 자연스럽게 다음 에피소드를 보게끔 만듭니다.
"2012년 8월 이후 넷플릭스 시청자는 다음 에피소드를 시청하지 않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대부분은 입을 헤 벌린 채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가 '브레이킹 배드'를 여덟 에피소드 연속 시청하고 만다."
저자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사실이기도 하지요.
만약 이전처럼 한 회가 끝나면 시청자가 다음 회를 시청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였다면 정신을 차리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사람들도 이 '포스트-플레이' 기능이 도입되자 자신도 느끼지 못한채 '몰아 보기'(binge-watching)에 빠져들기가 쉬워졌습니다.
그러니 이 '포스트-플레이' 기능은 우리의 자제력을 허물어 '중독'에 빠지게 하는 장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노력이지만 우리 개개인 입장에서는 균형잡힌 생활이나 업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장치이지요.
참고로 이 넷플릭스 몰아 보기 끊는 법도 있습니다. 저자는 한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지 말고 미결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즉 한 회가 끝나기 5~10분쯤 전에 시청을 중단하라고 말합니다. 아니면 다 본 뒤 그 다음 에피소드에서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만 5~10분 정도만 시청하고 중단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시청하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몰아 보기를 할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대처 방법입니다.
사실 이 넷플릭스의 '포스트-플레이' 기능은 우리를 '중독'으로 유인하는 많은 환경들 중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테크놀로지 발달의 커다란 부작용으로 등장한 '중독의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이 지금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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