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코스는 '왜 기업들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리고 스물한 살 때인 1932년에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모든 거래들에는 비용이 드는데, 그런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기업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자연스러운 존재에 관한 그의 주장에 관심을 둔 사람은 적었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기업 활동에 관한 경제학의 정설에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59년 뒤 여든 살 때인 1991년에 그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또 그것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는 인간에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언젠가는 각자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지요.
얼마전 보도를 통해 복거일 작가의 암투병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이후 병원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던 작가들을 떠올리면서, 남은 시간을 자신이 계획만 하고 완성하지 못했던 글을 마무리하는데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2년여 후 나온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이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책인 것이지요.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진 모르지만, 글쓰는데 쓸란다. 한번 입원하면, 다시 책을 쓰긴 어려울 것같다. " 소설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암 치료를 받지 않고 책 쓰기에 몰두한 그의 선택에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주인공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말을 했습니다.
"좀 뜻밖인 것은, 막상 삶을 마감할 날이 가까워지자, 자신에 대한 후대의 평가에 마음을 그다지 쓰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도 케스틀러처럼 "현재의 독자 100명을 10년 뒤의 10명과 그리고 100년 뒤의 1명과 바꾸겠다는 야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죽은 뒤의 명성이나 평판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두보의 이야기대로, "천년만년 갈 명성도 죽은 뒤의 일이니 적막한 것이다." "(177쪽)
지난해에 별세했지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의 '행복한 일화'는 우리가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코스가 1932년에 내놓은 주장은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받아들여졌고 결국 59년이 지난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그에게 안겨줍니다. 노벨상 수상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자는 자신이 말한 것들 가운데 틀린 것들은 곧 드러나리라는 앎에 만족해야 합니다. 맞는 것들에 관해선, 만일 그가 충분히 오래 산다면, 그는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믿어도 됩니다."
복거일 작가와 로널드 코스를 떠올리면서 나의 '목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