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인과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거리란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는 개인 공간을 의미한다. 이 개인 공간에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경계로 표시해놓은 수많은 층과 구역이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층이나 친밀하느 구역은 배우자나 자녀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접근 가능하다. 그다음 층, 또는 개인 구역은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유지하는 거리다. 그다음은 사회 구역으로, 판매원이나 무언가 물어보려고 다가오는 낯선 사람 같은 이들과 두는 거리다. (172쪽)
인간관계에서는 '물리적인 거리'가 '심리적인 거리'를 좌우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 때 출석부상 가까운 번호인 친구들과 더 친해지기가 쉽고, 군대 훈련소에서 나란히 잠을 자던 동기들과 더 오랜 우정을 나누는 경향이 있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물리적 공간'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물리적 거리'를 일상 생활에서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이에 대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거리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합니다. 데이트 상대와는 얼마나 간격을 두고 앉아야 할지, 면접관과는 또 얼마나 거리를 띄우고 앉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라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상대방이 감정적이기보다는 논리적이 되는 경우가 좋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요. 살마 로벨이 예로 든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사장과 연봉협상을 하는 경우, 그와의 거리는 인상 요청의 이유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려움에 처한 개인 사정을 호소하며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려면 가깝게, 그게 아니라 경쟁 회사가 높은 연봉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며 인상요청을 하는 경우라면 떨어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는 사장이 자신의 절박한 사정에 공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후자는 사장이 분노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논리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와의 대화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할 때는 바짝 붙어 앉아서 대화를 하고,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때는 거리를 좀 떨어져 앉는 것이 좋겠지요. 부모님께 그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거나, 그분들이 찬성하지 않는 전공과목을 택하겠다고 말해야할 때는 부모님과 너무 가까이 앉지 말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부모님이 여전히 속이 상하시겠지만, 부모님에게 약간의 공간을 마련해드림으로써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거리가 심리적인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