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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신문만 우선 돌리고 돈은 나중에 돌아오면서 받는 방법입니다.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이 더 이익이 큽니다. 몇 번 하다 보니까 대금 못 받는 경우도 줄어들고 거의 다 받게 됐어요.(177쪽)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운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가 했던 강연이나 인터뷰 등을 모은 책이 나왔더군요. 펼쳐보니 1970,80년대의 내용도 있어서 한국의 현대 경제사를 흝어보는듯 했습니다.

김우중 전 회장 하면 1995년인가에 제가 언론사에서 일할 때 대우그룹 연수원 구내식당에서 홀로 식사를 하던 모습을 보았던 것이 떠오릅니다. 그 때 저는 회사의 어학 위탁교육을 받기 위해 연수원에 있었지요.

 

책을 보니, 김우중 전 회장이 1985년에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던 대목이 있더군요. 6-25 전쟁으로 대구로 피난을 간 그는 먹고살기 위해 신문팔이를 했다고 합니다. 신문 보급소에서 신문을 가져다가 사람이 많은 방천시장에서 팔았습니다.  시장의 신문팔이 소년이 한 두 명 있었던 것이 아니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래서 김우중 회장은 제일 먼저 보급소에 도착해 신문을 받자 마자 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해서는 시장의 입구부터 쭉 지나가면서 팔았습니다.

 

항상 맨 앞에서 신문을 팔기 시작했는데, 팔다 보면 잔돈을 거슬러줘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가다 보면 다른 경쟁자가 그를 앞질러 갔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음부터는 미리 잔돈을 묶어서 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또 추월을 당했습니다. 신문을 다 팔지 못하면 식구들 밥값이 부족하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김우중은 신문만 우선 돌리고 돈은 나중에 돌아오면서 받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게 이익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대금을 못 받는 경우도 거의 없어졌다고 합니다.

 

신문만 우선 돌리고 돈은 나중에 돌아오면서 받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행한 어린 김우중. 주말에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요즘 무언가를 위해 고민을 그만큼 '절실하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