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과 다이아몬드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4400여 개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신고·수리됐다. 단지 8개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있던 시절과 단순비교하면 무려 550배가 늘어났다. 가히 협동조합시대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협동조합 설립숫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 또한 그 숫자만큼이나 높아가고 있다. 그 원인은 뭘까?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이다.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뜻이다.
굴러다니는 돌덩어리보다 다이아몬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값어치(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이아몬드=돌 + 값어치(가치)'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이 공식에 협동조합을 대입하면 '협동조합=조직체 + 가치'이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여느 단체처럼 조직체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이 시대에 빛나는 이유는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가치'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치 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그 구성원이 가져야 하는 가치, 즉 '정직'과 '공개'이다. 왜 협동조합은 정직과 공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걸까?
이들 가치는 협동조합 원산지인 영국 맨체스터나 스페인 몬드라곤에서 찾을 필요 없다. 2500년 전 협동조합의 근본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열린다'는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에서 도(道)에 대한 질문이다.

공자에게 증자와 제자들은 "선생님의 도(道)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일이관지(一以貫之·한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음)'라고 답하며 문밖을 나선다. 제자 중 증자만이 그 뜻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리둥절해 하는 제자들에게 증자는 공자의 도(道)가 충(忠)과 서(恕)임을 알려준다.
바로 충(忠)과 서(恕)가 협동조합의 정직과 공개이다. 정직이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넘어 올바르고 곧은 마음이다. 충(忠)=가운데 중(中) + 마음 심(心). 내 마음 가운데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체가 올바르게 정립되면, 온 마음을 다하는 충(忠)이 생긴다는 뜻이다.
또 공개란 타인에게 단순히 사업내용을 알리는 차원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함께 하고자 하는 타인에 대한 자세, 열린 마음이다. 다시 말해서 서(恕)=같을 여(如) + 마음 심(心).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과 같이 여기는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이러한 '정직'과 '공개'라는 가치가 협동조합 밑바탕에 구축돼야 사회적 경제를 달성하는 사업조직체로 발전될 수 있다.

협동조합 신고절차를 마치고 설립등기를 하지 않거나 설립등기를 마친 후에도 사업을 벌이지 않는 협동조합이 늘고 있다. 그 이유의 대부분이 뚜렷한 사업 구상도 없이 정부 지원금을 바라고 설립된 탓이다.
올바른 협동조합문화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에 앞서 협동조합의 가치, 자조·자기책임·민주주의·평등·공정·연대·정직·공개·사회적 책임·타인에 대한 배려 등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