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 모퉁이에 어김없이 자리해 있던 시소는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운동장에서 사라진다. 왜 자라나면서 시소놀이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지 이유를 알려 하지도 않고 알려 주지도 않는다. 분명한 건 갈수록 이김과 짐이 분명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급 등수로, 입시에서는 당락으로, 회사에서는 승진 경쟁으로, 사회에서는 빈부 경쟁으로 양분된다.
그 결과 세계 15위
경제대국이라는 이면에는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율 7.6%, 중위소득의 절반이 안 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상대빈곤율 14%, 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어둠이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이니 하는 격렬한 삶속에서
배려보다는 승부욕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의 복지논쟁을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해답을 찾기 어렵다. 시소의 받침대를 이동해 무게중심을 맞추기에는 양축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사회 시스템으로 해결하기에는 양 계층의 의견이 너무 팽팽하다. 시소의 중심받침을 옮기기 전에 양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패자들이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분위기가 사라진다면 사회적 연대는 무너질 것이다. 상대적 빈곤으로 절망하는 이들을 시소가 있는
놀이터 밖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서울신문 2014년 11월 25일 30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