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한다. 현대는 계륵과 같은 물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용하다가 남는 물건들이 어김없이 있다.
보관할 공간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쩌다 보관도 오래 하다보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이처럼 가정집마다 버리기는 아깝고 가지고 있기에는 부담되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넘쳐난다. 누군가는 용품정리함을 구입하여 정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다보면 정리함을 정리해야 하는 악순환에 부딪치게 된다. 이런 용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구매자를 찾기도 하고, 과감히 버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버리는 것조차 비용을 수반하니 알뜰 주부의 고충은 이만저만하지 않다. 혹 바자회 등에 기탁도 해보지만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나 기관 등 큰 조직에서는 과잉 물품이나
중고 용품들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 가정보다는 수월해 보인다. 이는 처분하고자 하는 용품들이 동일하면서 일정수량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용품들을 각 가정별로 처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이러한 용품들을
수거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교환해주는 상설기구인 '지역물품 나눔센터'를 개설해보는 것은 어떨까?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들을 지역물품 나눔센터에 신고하면 센터는 그 물건을 수거해가고 센터
홈페이지에 수거물품을 등재시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역할을 한다면 나눔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일체감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 지자체는 지역물품 나눔센터를 개설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물품 나눔의 참여를 유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최근 사회변혁의 레버리지
포인트로 불리는 '지역통화'를 운영해야한다. 지역통화는 법정통화의 한계를 보완해준다. 물품이나 용품을 센터에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지역통화를 적립시켜주고 일정부분을 지역경제와 융합시켜 운영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기부물품으로 적립된 지역통화에 대한 세금공제(기부금)에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물품을 처분하여 생기는 수익 등은 지역의 공공복지부분에 사용하면 된다.
투자분석가 칼 플랭클린은 그의 저서 '세상을 바꾼 혁신 vs 실패한 혁신에서'에서 성공과 실패는 시간, 공간, 인식의 함수라고 지적했다. 참으로 공감되는 지적이다. 오늘날 '소비의 시간'에서 '나눔의 시간'을, '세계화의 공간'에서 '지역의 공간'을, '소유의 인식'에서 '나눔의 인식'을 찾을 때 우리는 더욱 따뜻한 세상을 함께
공유하고, 희망찬 미래를 다음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전남일보 2015년 6월 26일 19면 게재
경남도민일보 2015년 6월 18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