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체력을 말할 땐 육체적 힘이 전부가 아니다. 진짜 체력은 '이골'이다."
장일현의 '강력계 25년 질 수 없었다, 형사니까' 중에서(조선일보, 2015.6.13)
나와는 관계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지혜'를 배울 때가 있습니다. 직업은 다르다해도 결국 '일'이나 '삶'은 그 원리가 같기 때문일 겁니다.
박미옥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계장(경감). 2000년에 한국 최초로 여성 강력반장을 했고, 2010년대에 마포·강남에 이어 강서경찰서에서 강력계장을 맡고 있는 여경(女警)입니다. 여성 최초이자 유일의 경찰서 강력계장입니다. 탈주범 신창원, 정필호 등을 잡으면서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47세로 강력계 형사 생활 25년을 맞은 그녀의 이 말이 기억에 남아 노트해 두었습니다.
"형사의 체력을 말할 땐 육체적 힘이 전부가 아니다. 진짜 체력은 '이골'이다. 우리는 밤 12시에 퇴근했다가도 새벽 2시에 나오라면 뛰어나와야 한다. 큰 사건 터지면 그 상태로 하루 이틀, 때론 한 달 두 달도 간다. 그런 식으로 잠 못 자는 생활이 계속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1초 실수에 범인을 놓칠 수도 있는 법이다.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형사는 그 팽팽한 긴장감을, 언제 끝날지 모를 그날까지 유지해야 한다. 이 모든 게 몸에 푹 배어 있어야 한다. 이골이 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다는 건 그런 뜻이다. 그게 진짜 형사의 힘이다."
형사, 특히 강력계 형사의 힘은 체력도 아니고 싸움의 기술도 아닌, '이골'에서 나온다는 얘깁니다.
어느 분야도 그렇겠지요, 결국은 '이골'이 나야 그 분야에서 '문리'가 트이는 걸 겁니다.
메모를 몇개 더 했습니다. 그녀는 "원래 형사 되기 전부터 힘 좋고 운동 잘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원래부터라는 게 어디 있겠나. 부족한 건 배우고 보완해야 한다. 힘과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마라톤을 뛰고 수영도 했다. 주먹이 날아오는 걸 피하려면 빠른 눈이 필요해 복싱도 했다. 단순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진짜 힘 쓰는 근육을 키웠다. 70㎏ 넘는 남자 형사를 어깨로 업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건 열 번 이상 거뜬히 했다."
기자가 "강력계에 간 걸 후회하진 않았나"라고 물었을 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보니 매일 상대하는 사람들이 범죄꾼이더라. 내가 뭐하는 거지? 왜 이런 사람들과 말을 섞고, 아무렇지 않은 듯, 같이 술잔을 기울여야 하지? 그런 생각이 밀려들어 1년 만에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여기서 도망치면 다른 어딜 가도 어려운 일 있으면 도망치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내가 나의 분야에서 '이골'이 나도록 몰두했었는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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