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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無心)'으로... 최선을 다해 평상심으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입력 2015-06-22 오후 5: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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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다 잃어버리고 나니 자유로웠다. 무관이 된 후 예전보다 더 열심히 대회에 나갔다. 1996년 한 해에만 110국을 치렀다. 사흘에 한 번꼴로 바둑을 둔 셈이었다. 예전처럼 타이틀 방어자로 꼭대기에서 도전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본선부터 시작해 토너먼트를 모두 거치고 올라가야 했다. 예전에도 이기고 지는 걸 반복했지만 승패에 정말로 초연해진 건 바로 이 시점부터였다. 수많은 판을 싸우면서 나는 내가 언제든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곽아람의 '바둑인생 58년… '戰神'조훈현' 중에서(조선일보, 2015.6.20)
 
"(무관이 된 이후 대회에서) 수많은 판을 싸우면서 나는 내가 언제든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바둑 황제' 조훈현.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다 기억해놓고 싶은 구절이 몇개 있어 메모해 놓았습니다.
 
조훈현은 지금까지 2700판이 넘는 대국을 치렀고, 그 중 1900판 정도를 이겼습니다. 그의 바둑 인생에서, 대중에게나 본인에게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자 이창호에게 패한 대국일 겁니다. 1990년 2월3일, 최고위 타이틀전에서 37세의 조훈현이 도전자였던 15세의 이창호에게 반집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당시 이창호는 조훈현의 내제자(內弟子)였습니다. 7년째 집에서 함께 살며 가르쳐주고 있는 제자에게 패한 것이었지요.
 
그 후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에게 국수전, 대왕전, 왕위전, 명인전에서 잇따라 졌습니다. 그리고 1995년 2월에는 마지막 남은 대왕 타이틀마저 이창호에게 빼앗겼습니다. 무관(無冠)의 신세로 전락한 겁니다.
 
그 당시의 조훈현의 심경을 접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그런데 신기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화로웠다. 모든 걸 잃어버렸는데도 기이하게 홀가분했다. 며칠간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가진 게 없으니 더 이상 내려갈 일이 없잖아.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거야' 긍정적인 생각이 마음속에서 마구 솟아올랐다."
 
"살려고 그랬겠지. 계속 고통과 분노에 싸여 있으면 죽는 길밖에 없으니까 마음을 그렇게 먹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바둑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랬을 거다. 창호한테 졌다고 해서 내가 평생을 바친 바둑을 두고 딴 길을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당시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곤란한 상황에서 '나는 안 돼' 하고 좌절해 버리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내가 당시 '나는 끝이야' 했다면 인생이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따는 일만 남았다'라고 마음을 바꿔 먹었기 때문에 재기가 가능했던 것 같다."
 
이후 조훈현은 1998년 국수전에서 이창호에 도전해서 승리합니다.
 
기억해 놓고 싶어서, 그의 말 몇 개를 메모했습니다.
 
- 복기란 복습이자 미래를 위한 설계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 복기는  '무심(無心)'으로 해야한다. 제3자의 눈으로 흔들림 없이 판을 바라보며 해야한다. 진 사람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 바둑은 '무심(無心)'으로, 즉 사심 없이 두어야 한다. 이겨야겠다는 생각조차 하면 안 된다. 다만 최선을 다해 임하는 거다. 최선을 다해 평상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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