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기자협회보에 쓴 칼럼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달에는 페이스북과 애플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인터넷과 IT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뉴스 분야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니 말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에 ‘인스턴트 아티클즈(Instant Articles)’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도 이달 8일 ‘뉴스 앱’을 공개했다. 두 거대 기업의 행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즈’는 링크를 통해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서 뉴스를 보던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달리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바로 볼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사용자가 훨씬 빠르고 편하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NBC, 영국의 가디언, BBC, 내셔널 지오그래픽, 독일의 슈피겔, 빌트가 이 서비스에 들어갔다. 지금도 이미 뉴스 유통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지배력 공고화에 나선 셈이다. 현재 뉴욕타임스 해외 독자의 약 70%가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플이 발표한 뉴스 앱은 맞춤형 뉴스 서비스다. 여기에도 뉴욕타임스, 타임, 와이어드, CNN, ESPN,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 유수의 미디어들이 합류했다. 애플은 그들의 콘텐츠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제공해준다. 큐레이션 서비스인 플립보드와 비슷하다. 직접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페이스북과 애플의 적극적인 행보에 자극을 받았는지, 또 다른 유수의 IT 기업들인 구글, 야후, 트위터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플립보드를 인수해 페이스북과 애플에 대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IT기업들이 뉴스 시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내가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인터넷이 위력을 떨치기 전인 90년대 초에 SBS와 조선일보라는 전통 미디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지금도 열심히 신문과 방송을 언론사별 ‘브랜드 패키지’ 형태로 챙겨보는 편이다. 집에서 여러 개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고 저녁 8시나 9시, 마감 뉴스도 하루에 하나쯤은 가급적 보려 한다.
하지만 패키지에 대한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아침에 보는 신문은 식사를 하며 제목을 훑어보는 수준이고, 저녁뉴스를 시청할 때는 동시에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기사의 내용을 꼼꼼히 보는 것은 대부분 네이버, 다음카카오 같은 포털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다. 언론사별 패키지가 개별 기사로 해체되어 IT기업의 플랫폼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디지털 퍼스트’를 시도하고 있는 뉴욕타임즈나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인수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가 새로운 IT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할 것인지가 큰 관심사이다. 이제 여기에 더해, 유력 IT기업들이 뉴스라는 분야를 ‘활용’해 어떻게 자신의 ‘생태계’를 더욱 강력하게 구축하려 하고 있는지도 주시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애플의 전략은 뉴스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겠다는 그런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 개개인이 누구인지, 어떤 취향과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뉴스 소비와 관련한 데이터를 통해서도 파악하려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애플은 그렇게 확보한 사용자들의 정보를 통해 자신의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테크놀로지로 뉴스 분야까지 파고들고 있는 선도 IT기업들의 행보에서 우리 언론은 무얼 느끼고 무얼 배워야 할까. 우리도 이제 수동적인 독자가 아닌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전략’을, 크든 작든 자신의 ‘생태계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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