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논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논리죠... 욕망은 일단 충족되면 사라지고 쾌락도 더는 존속지 않아요. 이를테면 우리는 욕망을 늘 채워지지 않은 상태, 불만족의 상태에서만 느끼죠. 욕망은 충족되면 사라지고 그 충족에서 기대됐던 쾌락도 함께 사라집니다.
돈 후안은 늘 여자들을 유혹하고 '소비한' 뒤에 버립니다. 헤겔은 만족이 늘 불만족으로 변하는 이 '변증법'을 기술했지요. 돈 후안은 자신이 자유롭고 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욕망의 '대상들'에게 의존해 있어요. 그는 자기가 대단한 압제자인 줄 알지만 사실은 마약중독자처럼 사무치는 결핍에 끊임없이 짓눌려 있습니다. (282쪽)
휴가철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더위를 잊으려고 철학책을 한 권 집어들었습니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뤽 페리가 쇼펜하우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했더군요.
"욕망의 논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논리다."
욕망은 충족되면 사라지고, 동시에 기대됐던 쾌락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욕망을 늘 채워지지 않은 상태, 불만족의 상태, 즉 결핍의 상태에서만 느낀다는 얘깁니다.
뤽 페리는 또 우리가 일단 이 소비의 역학에 한번 빠지면, 이미 소유한 것은 좋아하지 못하고 아직 소유하지 못한 것을 열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요령, 계책을 쏟아붓게 되기 때문에, 늘 남들과 경쟁하면서 실패, 굴욕, 갈취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욕망에 중독될수록 우리는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소망을 탐닉하는데, 사실 과거는 이제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런 우리의 모습은 결국 실질적으로 지금 존재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번 휴가철에 내가 혹시 지금 '욕망의 논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소유한 것은 좋아하지 못하고 아직 소유하지 못한 것을 열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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