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블릿PC가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이 갤럭시탭을 발표했고 다른 몇몇 기업들도 태블릿PC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의 한국판매는 조금 더 늦어질 모양입니다만,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태블릿PC 열풍이 불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패드 열풍이 불고 있는 미국에 비하면 많이 늦는 셈이지요.
저 혼자 쓴 것은 아니고 김광현 한국경제 IT전문기자, 김성우 KT종합기술원 연구원,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 명승은 태터앤미디어 대표, 송재준 게임빌 이사, 이형일 KT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임정욱 미국라이코스 대표, 정지훈 미래칼럼니스트, 한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 10명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구텐베르크가 만든 '인쇄된 책'이라는 미디어가 등장한 이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미디어들은 계속 나왔습니다. 라디오, TV, PC(개인용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게임기, 휴대폰... 모두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지요. 하지만 아이패드는 이들에 비해 '종합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모바일 시대'에 맞는 '모든 연령층'을 위한 '콘텐츠 허브(Hub) 미디어'. 제가 생각하는 아이패드의 모습이고, 제가 아이패드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9.7인치의 날렵한 태블릿 PC, 아이패드. 아이패드는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미디어'는 아니지요. 이미 10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블릿 PC를 선보였고 이후 여러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실패'를 거듭했던 '오래된 미디어'입니다. 노트북 PC에 비해 크기가 작다 뿐이지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해 버림을 받았던 디바이스. 그런데 애플이 이런 태블릿 pc를 완벽하게 '부활'시켰습니다.
아이패드는 무엇보다 사용하기가 쉽습니다. 손가락을 사용하는 터치형 스크린을 채택한데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대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키보드와 마우스로 PC나 노트북을 사용하기가 힘들었던 중노년층과 유아들에게도 아이패드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모든 연령층이 TV를 켜듯이 태블릿 PC인 아이패드를 켜고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사람들의 머리 속에 아이패드는 복잡한 '컴퓨터'라기보다는 부담 없는 '가전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아이패드 열풍의 또 다른 요인은 정착된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도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대로 2010년은 '모바일 원년'이 되었습니다. 와이파이나 3G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큰 부담 없이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시대. 모바일 시대의 본격화라는 시대적 여건과 결합되면서 아이패드의 효용성은 극대화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열풍은 이렇듯 이 기기가 컴퓨터 같은 업무용이나 콘텐츠 제작용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용'으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특성에서 나옵니다.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앱들을 통해 이미 미국인들은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아이패드로 인터넷을 서핑하며 신문과 잡지를 읽고, 뉴스나 드라마, 영화를 시청합니다. 쇼핑을 즐기거나 책을 구입해 읽고 음악과 동영상도 시청합니다. 라디오를 청취하거나 게임을 즐기기도 하며 지도를 보고 사진액자로 쓰기도 하지요. 피아노 같은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화가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지금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앱들은 아이패드의 활용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모든 콘텐츠들이 담기는 '허브(Hub)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이 열광한다는 것은 '큰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이미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새롭게 열리고 있는 커다란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발 비즈니스 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통신, 출판, 신문, 방송, 광고, 교육, 게임, 음악, 패션... 대부분의 업계가 기회를 잡기 위해,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와이어드, ABC 등 유수의 신문, 잡지, 방송사들이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하고 있습니다. 맥밀란과 펭귄 등 대형 출판사들이 뛰어들고 있고, 출판과 교육산업이 융합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광고업계는 본격적인 모바일 융합광고 시대의 도래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문과 잡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할 것인가. TV, 데스크탑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게임기의 미래는 무엇인가. 통신회사들이 한국전력처럼 사회에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지상파 방송사나 케이블 TV업체들은 애플이나 구글의 스마트 TV에 광고시장을 대부분 빼앗길 것인가. 방송 서비스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기업들은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단말기를 활용해 어떤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을까. 종이 교과서는 사라질 것인가. 아이패드가 몰고 올 교육 서비스 혁명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패드가 촉발한 태블릿PC 열풍,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라이프 스타일 혁명과 비즈니스 혁명. 여러해 전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 산업과 음악산업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휴대폰과 통신산업에서는 아이폰이 그랬지요.
이제 아이패드가 신문, 잡지, 방송, 통신, 출판, 게임, IT업계 등 비즈니스 전반을 겨누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패드와 태블릿PC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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